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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과 자연의 작품이 각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나? 둘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예술작품만큼이나 수선화의 꽃봉오리도 아름답지. 따라서 아름다움으로는 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어.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예술 작품은 반드시 유일무이해. 반면, 자연은 자신의 영원하지 않은 작품을 보존하려고 끊임없이 복제를 하네.”(35~36쪽)
이처럼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문학의 척도로 내세운 와일드의 삶은 그의 달변만큼이나 화제에 올랐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런던에서 성공한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동성애 혐의로 고소당해 2년간 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던 그는 출소 후 가난과 조금씩 사라져가는 문학적 재능 탓에 고통에 시달렸다.
알제리에서 지드를 만났을 때만 해도 “내가 이 도시를 문란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와일드는 출소 후 ‘쾌락’보다는 ‘연민’에 방점을 둔다.
“감옥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내 심장은 돌멩이같이 단단했고, 쾌락만을 좇았지만 이제는 완벽히 깨져서 연민이 내 속에 자리 잡았다네. 이제야 연민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62쪽)
출소 후 조금씩 망가져 가던 와일드를 지드는 책망한다. 희곡을 완성하지 않고는 다시 파리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때 와일드는 가만히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더니 몹시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원망하지 말게. 무너진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네’”(81)
와일드가 지드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다.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마련한 ‘문인이 쓴 문인의 삶’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효경 옮김. 120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