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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체계화된 절차 속에서 결정될 사안이 외풍에 의해, 또는 금전적 로비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완종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부실기업인 경남기업에 대해 주채권 은행이 무상감자를 하지 않은 채 출자전환을 실시하고, 이를 허락한 금융감독원이 검찰의 타깃이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채권단의 이름표를 붙인 모든 금융권에 부실기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거하고 외압과 불법적 특혜로 심각한 부실을 도려내려는 준거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실기업을 봐줬다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은 금융권이 상식을 벗어난 기준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도 높였다.
실제 엄격하고 냉정한 기준 적용이 있어야 함에도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업종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문제고, 한 지역의 경제의 존폐가 걸려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채권단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 충분하다. 나라경제와 지역경제를 운운하며 부실기업이 살 궁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 또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가 객관적으로 평가된 뒤 나와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금융권이 휘청 였을 때가 있었다. 국가 금융산업이 무너지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국민 세금으로 살아난 은행들이 현재 채권단의 지위를 갖고 기업의 부실을 줄이고 정상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기업의 근로자들이 착실히 낸 세금으로 말이다.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절한 우리은행에서 회수 되지 않은 공적자금은 아직 4조원 가량이다.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난 금융권이 기업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도움을 요청하는 한 기업의 손을 외면하고 있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잘못 될 리는 없겠지만 동양그룹 사태 이후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기업들에 대해 조급함을 보여왔다. 빠르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 시키려는 모습보다는 자신들이 손해 보지 않으려는 모습이 더 부각됐다. 동부그룹도 그랬고,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선임과 STX조선 사장 선임에서 나타난 ‘사장돌려막기’ 논란도 그 연장전 선상에 있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성동조선해양 문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76척의 수준잔량이 남아있다. 이 물량이면 2020년까지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수출입은행이 제시한 자금지원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런 점을 놓고 성동조선해양은 자신들이 왜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혔는지 우리은행 측에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우리은행 측은 “회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만약 부실이 심각한 기업이 청산되지 않고 사업을 영위하면서 국가 경제를 망가뜨리는 상황을 좌시한다면 이는 채권단의 직무유기다. 하지만 살릴 수 있는 기업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마치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면 이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이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봉합될지 아니면 더 큰 간극을 만들지는 지금으로써는 판단하기도 힘들다.
다만 채권단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공정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자신들이 사모펀드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과 기업을 팔아 이윤을 내는 것의 차이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