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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최태원 회장은 부재중...SK그룹, 아쉬움 섞인 ‘현상유지 속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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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5. 06. 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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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서린사옥-정면풀사인
대한민국 기업의 특징이라고 꼽히는 ‘총수’ 중심의 경영스타일은 짧은 시간에 국내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힘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총수의 판단에 그룹 전체의 경영방향이 결정나는 특성상 강력한 추진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그랬고, 현대자동차 그룹이 그랬다. 국내 재계 순위 10위안에 있는 기업들 중 포스코를 제외하면 모든 기업이 총수체제로 돌아가는 기업들이다(현대중공업은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그 존재감은 여전하다).

이런 장점은 때로는 한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총수가 건강상의 문제나 법적인 문제로 경영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경우 그 기업의 공격적인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마련이다. 각 계열사를 담당하는 전문경영인들이 있지만 총수가 아니면 결정하기 힘든 대규모 신규사업이나 이와 관련된 투자금액의 판단은 불가능하다. 계열사가 협업을 통한 신사업 진출 결정은 더더욱 그렇다.

최근 여러기업들이 총수 리스크에 노출돼 왔다. 이런 총수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에서 그룹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기업중 손에 꼽히는 곳이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횡령혐의로 구속된 이후 벌써 2년 넘게 자리를 비우고 있다. 형은 2017년 1월에나 끝난다. 아직 1년 반이상이라는 시간을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물론 가석방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기업 총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나라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사건부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검찰의 대기업 수사 등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면위로 떠올랐던 최 회장의 가석방 이슈를 다시 가라앉히기 충분했다.

SK차원에서 총수 부재의 상황은 핵심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과 맞물려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수익·사업·인적·조직구조뿐 아니라 재무·지배구조를 개선해 향후 어려운 경영여건을 돌파하는 체력을 기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처해 있는 상황은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현재의 기업 외부환경이 생존의 위기로 까지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의견이었다.

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 셰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출형 사업구조를 지닌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지만 SK이노베이션에게는 그룹핵심기업으로서 더욱 큰 위기의식을 만들어내기 충분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 사장은 수익·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자원개발사업은 ‘U.S. 인사이더’, 화학사업은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추구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업가치 30조, 글로벌 톱 30으로 도약’이라는 비전도 이룬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 사장은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수정과 돌파구를 제시했을 뿐 신규투자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섬과 동시에 미국내 있는 셰일가스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과 관련 중국 시장 공략의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밝혔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자·전략보다는 ‘큰 그림’에서의 방향제시에 그쳤다.

정 사장 본인도 최 회장의 부재가 중국사업에 큰 걸림돌 중에 하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정 사장은 “우리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중국시장의 경우 최 회장이 있어야 한다”며 “중국이나 중동의 경우 회장이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고, 중한석화와의 합작도 최 회장이 십수년간 노력해 이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이 직접 가서 이야기하면 무게감 등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이부분이 참 아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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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오른쪽)이 기업 비젼과 사업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공 = SK이노베이션
SK그룹은 최근 SK네트웍스를 중심으로 시내면세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일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장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SK네트웍스는 4500억원에서 55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과 경쟁을 펼치는 SK네트웍스에게도 최 회장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 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손을 잡았고,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면세점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SK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SK C&C 위주의 지배구조는 최근 SK㈜와 합병을 실시하며 해소됐다. 최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룹내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재계에서는 실적 정체를 맞고 있는 SK텔레콤과 그나마 그룹내 현금창출을 해주고 있는 SK하이닉스, 그리고 새롭게 출범하는 SK주식회사의 공통된 사업을 재편하는 작업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다양한 후속작업에 대한 관측과 가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룹내부에서도 이런 사업조정 역시 최 회장이 직접 판단 결정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빠른 시간내에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부재는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온 SK그룹의 추진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그래도 SK는 다양한 사업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총수부재 상황이 끝날 때를 대비한 선재적 준비작업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의 전 계열사에서 나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SK그룹을 둘러싸고 대내외 환경만 봐도 그렇다.

“올해는 그룹차원의 대규모 투자 같은 의사결정은 없을 것 같다”는 SK 관계자의 말에서처럼 최 회장의 부재가 그룹 전체의 추진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최 회장이 복귀하기 전까지 SK그룹이 어떤 변화를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하는 가가 SK의 재도약을 이끄는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올해 SK그룹은 ‘현상유지 속 변화’가 주된 전략이 될 듯 싶다. 지금은 이런 노력이 최 회장 복귀 이후 어떤 결과로 발현될지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라 하겠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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