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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한국영화, 공식화·규격화돼버렸다”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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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기자

승인 : 2016. 02. 17. 00:30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인터뷰
[인터뷰]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한국영화, 공식화·규격화돼버렸다" 쓴소리! / 사진=조준원 기자

이 배우는 누구일까. 돌아선 아들을 향해 "사랑한데이"라고 외치며 손수건을 흔들던 아버지(드라마 '피아노'). 아내를 잃고 처제와 사랑에 빠진 형부(드라마 '눈사람').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흉부외과 의사(드라마 '뉴하트'). 고려와 조선을 잇는 역사적 인물(드라마 '정도전').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적을 친구로, 친구를 적으로 쉽게 돌리는 정치인(드라마 '펀치'). 우리가 TV 안에서 한 번쯤 봤던 '탤런트' 조재현이다. 

대중적으로 친근한 '탤런트' 조재현에 비해 '영화배우' 조재현은 어딘가 낯설고 불편하다. 그 스스로 일반 관객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혹은 불편한 '예술영화·독립영화'에 거듭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런 상황이 다른 의미로 '불편하다'고 한다. 전수일 감독의 10번째 장편 '파리의 한국남자'로 또다시 불편한 선택(?)을 한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인터뷰]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한국영화, 공식화·규격화돼버렸다" 쓴소리! / 사진=조준원 기자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로 스크린에 복귀한 조재현을 만났다. '파리의 한국남자'는 신혼 여행지였던 프랑스 파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내 연화(팽지인)를 찾기 위해 파리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한 남자 상호(조재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구분짓지 않는 서사 위에서 오롯이 상호의 동선과 감정에 따라 진행된다. 담담하고 어두운 톤으로 일관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일반 상업영화에서 추구하는 재미와 감동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이 영화 안에는 감독이 힘을 준 장면 혹은 인물의 행동 등을 나름 해석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맛'이 있다. 조재현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이런 작은 영화가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이 맞는 관객들이 봐야한다. 다만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혹은 관심을 갖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촬영할 때는 즐거운데 개봉 때만 되면 뭔가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늘 이런 영화들이 영화관에서 소외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춥다."

[인터뷰]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한국영화, 공식화·규격화돼버렸다" 쓴소리! / 사진=조준원 기자

조재현은 외연을 넓혀 부율(배급사와 극장간 흥행수익 배분) 문제를 비롯해 기형적 구조로 성장하는 한국영화 시장 전반을 걱정했다. 예술영화·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상업영화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지금 한국영화 산업은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1000만 영화'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한다. 되는 영화만 되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300~4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영화도 100~200만밖에 못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작은 영화들은 더더욱 관객들과 만나기 어려울 수밖에…."

조재현은 개봉과 함께 벌어지는 이 같은 기현상이 또다시 한국영화 제작환경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고 일갈했다. 제2의 김기덕·홍상수를 꿈꾸던 감독들은 일찌감치 상업영화 쪽으로 눈을 돌렸고, 제작사는 30~40억 원 예산의 중소 규모 영화 대신 100억원 이상의 대작만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왜일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았던 감독들이 빠르게 상업영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감독들이 독립영화 제작환경에 치가 떨렸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촬영부터 개봉까지 힘들다. 다음 작품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기 어렵다. 이것은 감독들의 의지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처절한 문제다. 이런 현실이 상업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30~40억 원의 영화는 손익을 맞추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100억 원짜리 영화만 줄줄이 제작되고 있다."

[인터뷰]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한국영화, 공식화·규격화돼버렸다" 쓴소리! / 사진=조준원 기자

결국 조재현이 '파리의 한국남자' 같은 예술영화·독립영화에 지속적으로 출연했던 이유는 한국영화 시장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바꿔 말하면 한국영화를 진정 사랑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에 공식화·규격화돼가는 한국영화 산업 구조에 대한 아쉬움이 그의 한숨과 섞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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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상업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내용이 빤히 보이는 시나리오가 많았다. 한국영화가 공식화돼버린 것이다. 언젠가부터 1000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런 감독, 이런 제작사, 이런 촬영 감독 등이 함께 제작해야 한다는 어떤 틀이 형성된 것 같다. 여기에도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 틀이 자유롭게 무너지고 바뀌면서 1000만 영화 반열에 다양한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재현은 상업영화·독립영화 구분 없이 좋은 작품이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연극·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나 홀로 휴가'라는 작품으로 연출 데뷔를 한 만큼 감독의 꿈도 이어갈 계획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은 늙은 것과 다름없다. 물론 그 도전을 무모하거나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에 대한 향수도 있어서 4년 전 영화감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연출작을 만들 때는 두려웠지만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 (웃음)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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