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기로'
전문가 "조정자 역할해야"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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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3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주요 국제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남중국해 분쟁이 관련 합의와 비군사화 공약, 그리고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중재재판 판결에 유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이 원론적이고 다소 모호한 정부의 표현은 중국 측에 판결을 수용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미국과 일본과 분명히 대비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미·중 모두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중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우리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당장 14일(현지시간)에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구체적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날 경우 중국 측이 이 문제를 언급할 수도 있다.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ARF에는 한·미·중은 물론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인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이 만족하는 수준의 입장을 내놓을 경우 다른 한 쪽은 거세게 반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쪽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의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미·중 갈등에 갇혀있기 보다는 양국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모두 계속 갈등을 고조시켜 치킨게임으로 흐를 경우 서로 득 될 게 없다고 생각 할 수 있으며 지역 국가들 역시 더 큰 전략적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며 “두 강대국이 남중국해에서 가지는 핵심이익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 체면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출구전략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세안 국가들의 의견을 듣고 컨센서스를 형성해 미·중 관계 조정자 역할을 하는 외교력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