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위축돼 되려 부정적 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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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진법 개정안 87조의2는 ‘발주처에 손해를 끼치는 건설기술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또 개정안 85조는 현행처럼 준공이 아니라 착공 때부터 하자담보 기간을 정했다. 이로 인해 설계기술자는 공사 기간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됐다.
이번 개정안이 발표되자 건설기술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70만명이 넘는 건설기술자들의 협회인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물론, 설계사와 시공사의 산별노조인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단체인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토목설계와 토목 및 건축 감리회사들의 단체인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기술사들의 모임인 한국기술사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국토부의 입법예고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각 단체가 이처럼 한 목소리로 특정 법안에 대해 반대한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이들은 건설기술자가 개정안으로 지게 될 ‘손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과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토부는 주택법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기에 이번 개정안이 특별히 형평성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7일 열린 개정안 관련 자문회의에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건설기술자의 책임을 구체화해 책임을 한정시키려는 취지였다”며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주장이 건설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고 반박한다. 실제 건설기술자들이 담당하는 설계·감리·안전진단 등의 업무에서 이들이 갖는 권한은 생각보다 적고, 발주처의 뜻대로 공법·자재선정 등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권한은 없으면서 공사에 대한 책임만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다. 특히 눈에 보이는 건축 현장과 달리 땅 밑에서 이뤄지는 터널이나 지반공사 등 토목공사의 경우 기술자의 안목에 따라 설계 변경 등이 필요할 때가 많다.
한 엔지니어링업체 임원은 “개정법대로 되면 기술자들이 처벌이 두려워 설계 변경 등 필요한 대처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게 된다”며 “감리와 설계에 대한 책임을 공무원들도 연대로 진다고 하면 개정법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선 한국처럼 발주처가 책임을 미루지 못하게 돼 있다. 영국의 안전보건청(HSE)이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1994년 제정한 ‘CDM제도’에선 발주처도 설계자·시공자·근로자와 동일하게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실장은 “사고가 나면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인데 우린 책임질 대상부터 찾는 것 같다”며 “정작 발주자의 권한은 그대로 두고 책임만 기술자들에게 지운다면 지금같은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