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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행안부가 끓인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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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7. 10. 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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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박병일 사회부 차장
‘곰탕’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명확치 않다. 아무것도 없는 맹물에 고기를 넣어 끓였다는 의미의 ‘공탕(空湯)’이 곰탕으로 변형됐다는 설도 있고 고기를 넣고 고아 끓였다고 해서 곰탕이 됐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곰탕은 여러 번 끓여 맑고 진한국물이 일품인 음식이다.

이런 곰탕도 물을 더 넣고 재탕·삼탕을 하면 진한 국물은 맹탕이 되고 맛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재탕·삼탕’했다는 말은 한번 했던 말 등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행안부가 보기 좋게 맛있어 보이던 지방분권이라는 곰탕을 맹탕으로 만들고 있는 느낌이다. 대부분이 공감하는 지방분권을 추진하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구체성이 없는 선언적 정책만 무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26일 전남 여수에서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대통령 주재 하에 시도지사간담회를 열고 지방분권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방으로의 권한이양과 지방재정분권·지방행정 역랑강화·풀뿌리 주민자치 강화·네트워크형 지방행정 체계 마련 등 5대 분야 30대 과제를 야심차게 공개했다. 이 많은 과제 중 관심을 끈 것은 광역기반 자치경찰제가 유일했다. 엄밀히 따지면 자치경찰제도 ‘광역’이라는 말만 없었을 뿐 이미 세간에 알려진 주제다.

권한이양·재정분권과 관련된 내용들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속적으로 행안부가 공개했던 내용들을 재탕·삼탕한 것뿐이었다.

재정분권을 5년 안에 8대2에서 6대4로 개선하겠다는 내용과 지방의회자율성을 강화하고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한 혁신읍면동 사업 등이 그것이다. 사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은 외관만 번지르르한 빈수레 같은 느낌이었다.

로드맵이라는 것이 담론과 큰 청사진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방분권이라는 큰 집터에 담을 쌓고 대문을 만들었으니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간 입이 닳도록 얘기해오던 계획을 구체화된 내용 없이 새로운 것처럼 내놓는 것은 박수받을 일은 아니다. 담장 안 빈공터에 풀 몇 포기가 자랐다고 해서 그 공터가 정원이 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재탕·삼탕식 정책공개는 ‘보여주기 식’ ‘면피용 행정’과 같은 불명예의 훈장만 늘어나게 할 뿐이다.

곰탕을 여러 번 끓이는 이유는 불순물을 빼내고 고기의 깊은 맛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정책도 같은 내용을 반복해 얘기하더라도 반복될 때마다 영양가 있는 엑기스가 나와야 한다. 물만 부어 양을 늘리는 꼼수는 국물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시간이 갈수록 발전된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 그 정책의 실행을 기다리는 국민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이다.

행안부의 말처럼 예산 확보 문제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이해한다 해도, 처음부터 국가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책을 제시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봤는지 되묻고 싶다.

재탕·삼탕이라는 훈장을 달게된 지방분권 정책이 올해 말 곰탕의 진한 국물처럼 알찬 내용으로 정리돼 만나볼 수 있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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