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공조기능 중지안돼 제연기능 무용지물…설비자체는 공사 자체점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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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하철 역사는 평상시 공기 유입을 위해 압력조절 장치를 임의로 고정시켜 화재 시 제연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행안부는 지하철 제연설비 점검은 소방당국의 업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고, 소방당국은 지하철 관리 부처의 자체점검으로 이뤄질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2일 소방전문가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의 모든 노선에 적용돼 있는 제연설비는 공조설비를 겸하고 있다. 공조·제연 겸용설비는 평상시 지하철 역사 내로 외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공조기능을 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공조댐퍼를 차단하고 제연댐퍼를 개방해 역사 내부에 발생한 연기를 외부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방업계에서는 지하공간에 신선한 공기를 24시간 공급해야 하는 현실과 소방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한 제연설비 가동을 막기 위해 임의로 공조기능을 고정시켜 두고 있다는 것이 소방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하철 역사 공간별로 유입되는 공기압을 다르게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풍량을 조절하는 볼륨댐퍼를 수동으로 고정해 놓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화재 발생 시 시스템 상으로는 제연설비가 가동되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실제로는 역사내로 유입되는 공기량이 유지돼 연기를 외부로 빼내지 못하게 된다.
소방 제연설비 업계관계자 A씨는 “현재 국내 지하철 중에서 제연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가동이 되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인구가 많아 실제 테스트를 못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며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공조실 내 위치한 제연설비 기능을 꺼놓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 소방안전점검은 서울교통공사가 소방기술사·소방점검업체를 지정해 자체점검을 실시한다. 여기서 작성된 점검 보고서는 일선 소방당국에 전달돼 서류 평가로 마무리된다. 소방청이 특별점검을 통해 현장점검을 진행하지만, 이 또한 제출된 보고서를 기반으로 문제점 확인만 이뤄져 현장점검 시 제연설비 가동테스트는 진행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자체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문제가 없다. 지하철노선의 개통 연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 제연설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TF도 운영 중”이라며 “어떤 설비도 현실에서는 100% 다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유지·보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소방청이 실시한 지하철 대상 특별소방점검은 총 125개소로 이 중 56개소에서 점검불량이 지적됐지만 제연설비 관련 점검은 1건도 없었다.
소방점검을 담당하는 소방기술사들 또한 지하철 제연설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일률적인 제연설비 기준 적용이다.
소방기술사 B씨는 “우리나라는 건물 상황에 맞는 제연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제연설비는 소방안전기준인 ‘NFSC 501’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화재이후 기존 역사에 대해서는 제연구역 구분을 위해 1개 역사마다 댐퍼 20~100개를 추가로 적용했다. 하지만 NFSC501 기준은 층간 방화구획이 가능한 곳에서만 실효성이 있으며, 지하철 같이 방화구역이 명확하지 않은 곳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난달 21일 소방기술사·소방청 관계자·업계관계자가 참여한 ‘제연설비 성능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다.
한편 지하철 제연설비 작동문제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공조 기능을 겸용하면서 공기압력을 고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