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완전한 비핵화 통한 정전협정, 평화체제 달성 의지 표명
북·미 비핵화 협상 방법론 '대담하고 새로운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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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1년 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며 전쟁 위협을 불사했다. ‘완전 파괴’가 ‘평화 추구’로 180도 달라진 것. 이에 따라 ‘신(新) 패러다임’, ‘데탕트’ 등이 최근의 북·미 관계를 대변하는 용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와 연내 종전선언의 밑그림도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미 소식통을 인용,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로 10월 판문점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2분 동안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조치와 북·미 관계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의 유엔총회 연설은 전 세계를 향해 미국의 큰 외교 방향을 공표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망령 없는 새로운 평화 추구’는 전날 100분 동안 진행된 ‘친구’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은데 대한 ‘화답’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전쟁의 망령이란 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의 전쟁 위험뿐만 아니라 휴전 상태인 한국의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평화 추구’는 북·미 비핵화 대화를 통해 전쟁 상태에 있는 남·북과 북·미 관계를 영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자신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을 시한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대담하고 새로운 추구’라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비핵화 협상 방법론에 해당한다. 현재 북·미 간 협상은 먼저 실무 단계에서 구체적 내용을 합의한 후 단계적으로 주고 받기를 해 나가던 기존의 ‘바텀 업(상향식)’ 방식과 달리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정상들이 직접 담판을 통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톱 다운(하향식)’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다”며 “빠른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6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 앞서 10월 중하순 2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10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점치는 관측이 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민간인 출입이 제한돼 있어 경비가 용이한데다 오랫동안 적대 관계였던 북한과 미국이 화해를 연출하는데 상징적인 장소로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10월 개최 가능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인 ‘종전선언’에 대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어 핵·미사일 및 시설 리스트 제출 등 미국이 원하는 ‘올바른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제재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와 압박의 병행을 강력 시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