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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주둔 중인 인민해방군 병력이 17일부터 대테러 훈련을 전개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홍콩 언론에까지 보도됐다면 군 당국이 상부의 지시 하에 대놓고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실제 상황에 대비하면서 시위대들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노린 양동작전의 훈련을 펼쳤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체류 외국인들이 속속 해외로 피신한다거나 대륙과 대만 유학생들이 동시에 자신들의 거주지로 잇따라 귀환하는 점도 상황이 긴급하다는 걸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홍콩시티대학 졸업생인 현지 한국 교민 추(秋) 모 씨는 “현재 분위기는 폭풍 속의 고요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시위도 일단 중국 당국의 엄포가 통했는지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동안의 시위 분위기로 볼 때 이대로 상황이 종료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공권력과 시위대 간의 유례없는 정면충돌이 한 번은 더 일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홍콩시티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결사항전을 부르짖으면서 교내에 바리케이트까지 설치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의 강경 진압은 시간이 문제이고 불가피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양측은 단순한 충돌을 넘어 소규모 총격전까지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위대 일부가 이미 무장했다는 설, 당국의 강경 진압에 불만을 품은 젊은 경찰 일부가 총부리를 거꾸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항간의 소문이 나돈다.
설사 그렇더라도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은 피를 부르면서 바로 진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중국과 홍콩의 위상이 함께 추락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홍콩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0여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상기하면 더욱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