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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이 지난 해 초만 하더라도 한류(韓流·한궈위 바람)를 일으키면서 승승장구하던 한 후보를 일방적으로 꺾은 것은 청·장년층의 극도의 반중 정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7개월 째 이어지는 홍콩의 반중 민주화 시위, 중국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실시한 차이 후보 낙선 공작 등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차이 총통은 당장 ‘탈중국’을 위한 ‘대만 독립’을 선포하지는 않더라도 철저한 반중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친미 노선도 더욱 적극 천명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체 113개 의석 중에서 민진당이 과반인 61석을 차지한 만큼 정치적으로 거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민의를 등에 업은 채 압도적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조건을 달 수밖에 없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의 관측을 종합하면 대략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 중국의 대만 민의 존중, 대만의 존재 인정, 평화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에서의 협상 등이다. 차이 총통은 지난 11일 당선 선언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중국 입장에서 이 조건을 모두 수용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이 차이 총통 당선 직후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평화적 재통일,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본 원칙을 확인한다. 대만 독립은 꿈꾸지 말라”면서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한 사실만 봐도 그렇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관계는 새해 벽두부터 껄끄러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