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G2로 완전히 올라선 요즘 전 대륙을 배회하는 트렌드가 하나 있다. 속된 말로 국뽕(과도한 애국주의를 지향하는 행위) 사조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항간의 유행을 좇는 것에 민감한 연예계가 이를 놓칠 까닭이 없다. 최근 이른바 국뽕 영화들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 ‘전랑(戰狼)’ 시리즈가 아닐까 보인다. 중국의 특수부대원이 아프리카까지 파견돼 활약하는 조금은 어이 없는 내용의 영화 시리즈로 손꼽히나 흥행에서는 완전 대박을 치고 있다. 작품이 나왔다 하면 박스 오피스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 현실이다. 이 시리즈의 흥행으로 제작사인 베이징원화(北京文化)는 과거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회사에서 완전 업계의 원톱으로 우뚝 서게 됐다. 앞으로 계속 승승장구를 할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러우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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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러우샤오시 베이징원화 전 부회장. 국뽕 영화인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도망자 신세가 됐다./제공=미국 소재 중국어 매체 보쉰(博訊).
그러나 호사다마랄까, 최근 이 회사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해외에 서버를 둔 중국어 매체들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4대 주주 중 한명인 러우샤오시(婁曉曦·49) 전 부회장이 최근 해외로 탈출, 미국에 망명했다는 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항간의 소문을 종합하면 그냥 경악의 탈출을 감행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베이징원화의 쑹거(宋歌·53) 회장 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조직적인 분식회계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폭로한 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작심하고 중국을 탈출했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둘러싼 설전을 중국과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정말 ‘불감청, 고소원’의 호재가 아닌가 보인다.
당연히 쏭거 회장 겸 사장을 비롯한 베이징원화 관계자는 펄쩍 뛰고 있다. 오히려 러우 전 부회장이 비슷한 사고를 친 후 해외로 도주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이 그를 체포, 빨리 압송해야 진실이 밝혀진다는 입장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인징메이(尹京美) 사장은 “베이징원화가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그동안 파다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면서 당국이 빨리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우 전 부회장이 단단히 각오하고 중국을 탈출한 것이 분명한 만큼 수사가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러우 전 부회장은 평소 국뽕 발언으로 유명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은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도망자 신세가 됐다. 업계에서 베이징원화의 경영진보다는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것은 이유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