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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전날 스리랑카 정부가 수도 콜롬보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 이란아이티부(Iranaitivu)에 무슬림 시신을 매장하는 계획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 섬을 선택한 이유로 거주하는 인구가 적다는 점을 꼽았다. 이란아이티부에는 오랫동안 소수민족인 타밀족이 거주해온 곳이다.
이에 이날 이란아이티부가 속한 행정구역인 킬리노치에는 무슬림과 타밀족 등 수십 명이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다. 무슬림들은 정부의 제안이 명절에 가족의 묘를 찾고 싶어하는 이들을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코로나19 사망자 가족들은 시신을 고향에 매장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2100만 명의 스리랑카에서는 약 10%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또 섬에 거주하는 타밀족들도 1㎢에 불과한 작은 섬을 코로나19 사망자들의 공동묘지로 삼지 말라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스리랑카의 주요 이슬람정당인 스리랑카이슬람회의(SLMC)도 “매우 모욕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시신을 매장하면 지하수가 바이러스에 오염될 수 있다는 불교 승려들의 주장에 따라 감염 사망자 화장령을 내렸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70%가 불교를 믿는 대표적인 불교국가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화장 장례법을 기피하는 무슬림들은 정부의 강제 화장령에 크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땅에 매장된 시신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가운데 생후 20일 된 무슬림 아기가 화장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와 유엔(UN)도 나서서 종교적 신념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가 스리랑카를 방문하면서 정부는 마침내 강제 화장정책을 철회했다. 칸 총리가 방문 당시 무슬림 화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외딴 섬에 매장하는 계획을 들고나오면서 또다시 무슬림 사회가 분노한 것이다. 아울러 타밀족이 거주하는 섬을 매장지로 지정한 것도 스리랑카 정부의 타밀족 탄압 연장선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