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종목PICK!] ‘폭스바겐 자체생산’에 위기 맞은 K배터리…삼성SDI만 ‘선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10321010013415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1. 03. 22. 06:00

배터리 자체개발 선언에 주가 급락
SK이노·LG화학 한주새 8~16%↓
삼성SDI는 4% 빠져 낙폭 가장 작아
유럽시장 수요 큰 '각형배터리 주력'
"판 커지며 기회" 중장기 수혜 전망
Print
clip20210105180752
승승장구하던 국내 2차전지 업체 주가가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부침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이 15일(현지 시간)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내놓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한 주 새 각각 16%, 8%가량이 빠졌다. 다만 삼성SDI는 4% 하락하는 데 그치며 선방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에 들어가던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지만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가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배터리 자회사)과 SK이노베이션 간 분쟁에 다른 불확실성도 지속되는 데다, 세계 전기차 판매 점유율 1,2위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의 자체생산이 진행되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SDI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배터리 형태 적용 전략에 따라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각형 배터리 적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아직 2차전지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까지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미 시장을 선점한 삼성SDI의 먹거리는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LG화학 주가는 83만원으로 한 주 동안 16.4%가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15일 대비 8% 내린 21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배터리 3사 중에서는 삼성SDI가 68만6000원에서 66만1000원으로 하락하며 낙폭이 4%로 제일 작았다.

배터리 3사가 모두 부진한 건 지난주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에 따른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은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르고, 중국 내에서도 점유율 1위에 달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고객사다. 더불어 폭스바겐이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차에 각형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는 더 부정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향 배터리 매출이 전체의 10~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SK이노베이션도 오는 2022년부터 납품이 예정됐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폭스바겐향 파우치형 2차전지 주요 공급사인 LG와 SK에는 부정적 소식”이라며 “2025년부터 한국 2차전지 셀업체들의 폭스바겐 내 점유율이 하락할 전망이고, 유럽 2차전지 공장향 소재 매출비중이 높은 회사에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 간 소송전에 따른 불확실성이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ITC 판결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미국에서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및 수입이 금지됐고, 기존 수주해둔 폭스바겐에는 2년간만 수입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폭스바겐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히기 위해 궁극적으로 배터리 내재화를 결정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제화 가능성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ICT 배터리 소송이 시작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삼성SDI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이후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적용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적용 모델이 전체의 49%에 달하는 상황이고, 폭스바겐이 동참하면 시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각형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 한국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2008년부터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어 성능과 원가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국내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우려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폭스바겐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힘든 업체들은 내재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고, 필요하다면 파우치 배터리 생산 업체들도 각형 배터리 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상위 배터리 업체들의 먹거리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