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회 법적효력 없어…노조가 직접 나선다"
김기남 부회장 연봉 두배 증가 소식에 4노조 가입자 300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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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국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번주 내에 사측에 임금교섭 요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직원 대표로 선정된 노사협의회가 2년 임기로 회사와 임금협상을 진행해왔다.
삼성전자 제4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사협의회는 협의만 하는 곳이지 임금교섭권은 없다”며 “노조에서 임금교섭에 올해 처음으로 직접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내에서 제4노조로 불린다. 삼성전자 내에는 4개의 노동조합이 활동 중이며 이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 제4노조의 덩치가 가장 크다. 제4노조의 가입자 규모는 3000명에 육박한다. 지난 12일 기준 2000여명이었지만 일주일만에 1000명 가까운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최근 노조 가입자가 급증한데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에서는 노사협의회는 2년 임기로 이어져왔고 활동 후 좋은 부서에 배치되거나 고과를 잘 받는 것이 관례였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사협의회는 매년 사측과 2월말까지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사측과 7차례 이어온 ‘2021년 임금복리후생협의’에서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사협의회는 지난해 호실적을 감안해 임금인상폭을 6.36% 제시했지만 사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협의회는 임금협상 공지문에서 “사측이 노사협의회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을 제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6.36%의 절반 수준인 2% 후반에서 3% 초반을 삼성전자가 임금 상승폭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 2.5%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 직원들의 동요도 커졌다. 직원 측은 회사가 지난해 3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점, 임직원 1인당 영업이익 기여도에 비해 처우가 낮다고 주장한다.
경쟁사인 LG전자가 올해 임금을 9%나 인상한 점도 노조의 임단협 참전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삼성 라운지에는 LG전자의 9% 인상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노사협의회도 9%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노조 역시 임단협에서 10% 인상폭을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연초에 임금을 20%나 올렸다. 미국, 유럽 등으로 대만 반도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정보통신(IT) 업계의 임금인상 바람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 토스, 쿠팡, 엔씨소프트 등 IT 기업들이 줄지어 임금을 인상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평균 연봉 1억원을 돌파했다. 네이버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1억247만9000원, 엔씨소프트는 1억549만5000원이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7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근속연수가 IT기업들의 두배 이상이다.
쿠팡은 2년차 개발자에게 연봉 6000만원을 책정했다. 개발자가 경력직으로 입사하면 5000만원을 입사 축하금으로 지급한다. 토스는 경력직 채용시 기존 직장 연봉보다 최대 50%를 인상해 지급한다.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1980년대 후반 출생자들일수록 IT업계 소식에 동요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한 IT 개발자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매력적인 회사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임금 인상폭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눈치만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는 약 2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있다. 이들도 올해 임금을 6.8% 인상해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