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경쟁 속 아이오닉5 생산 차질
아산공장·울산3공장도 멈출 위기
전문가 "내재화로 리스크 해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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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현대차 울산1공장이 1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부품이 부족한 아산공장 역시 셧다운을 검토 중이고, 울산3공장은 대체품을 공급하며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울산1공장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데 사전계약만 4만여대를 기록하고 있는 판이라 때 아닌 제동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 1대에는 평균 200~300개 정도의 반도체가 필요하고 전기차에는 이보다 4~5배 더 많은 물량이 투입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문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예측 실패에 있다. 팬데믹이 발생하고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완성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크게 줄였는데 예상 보다 훨씬 빠르게 신차 시장이 회복된 게 문제다. 반도체업체들은 마진이 낮은 차량용 대신 고수익 시장에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고 있어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 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반도체 수급 상황을 봤을 때 가을까진 공급 부족이 계속 될 것”이라며 “향후 4~5개월간 주력 차종 중심으로 반도체를 투입하며 버텨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차량을 인도하지 못하면 이탈자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며 “전기차 시장을 다 뺏기기 전에 현대차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팬데믹에 따른 공장 셧다운은 지난해부터 꼬박 1년째 현대차를 괴롭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351만대로 2009년 이후 최저치로 기록됐다. 전년대비 11.2% 쪼그라든 수치다.
지난해 2월 자동차내 배선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중국으로부터 끊기면서 국내 전국 단위 자동차 공장이 멈춘 게 시작이다.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수일 씩 생산라인을 멈춰세우는 일은 연중 내내 계속됐다. 현대차 울산2공장을 시작으로 6·9월 기아 소하리 공장, 11월 기아 광주 1·2공장과 하남공장, 12월 현대차 전주공장 기아 광주1공장이 셧다운 됐다. 해외 생산거점 역시 예외 없이 각 국 방역 정책에 따라 장기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6월엔 해외 영업망이 마비되면서 판매가 급감하자 재고 조절을 위해 자체적인 셧다운을 벌이기도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및 기아 소하리·광주 공장을 멈춰세워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것이다. 9월엔 태풍 ‘하이선’이 상륙하면서 제네시스·넥쏘를 만드는 울산공장에 정전으로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1~12월에는 기아 노조의 4차에 이르는 부분파업이 생산의 발목을 잡았다. 임금 인상을 원하는 노조와 사측의 줄다리기로 3만여대를 웃도는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9월 해소된다고 해도 언제 재발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시대로 갈 수록 더 많은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해진다”며 “마진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 하도록 정부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에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주며 내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