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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조각은 도르르 말은 듯한 모양의 스틸 판이 반복적으로 연결된 추상적인 형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명을 통해 평면의 벽에 그림자를 드리워보면 조각의 표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자 그림이 나타난다.
작가는 “그림자란 사물이 남겨놓은 일종의 흔적으로 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며 “이런 면에서 그림자는 기억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철로 만든 단단한 조각의 표면과 대조적으로 유연한 그림자가 마치 어린 날의 기억처럼, 꿈결 속의 환영처럼 피어오르는 엄익훈의 조각은 탄성을 자아낸다. 절묘하게 결합된 조각과 그림자의 세계는 현실에 있던 관람객을 순식간에 초현실과 꿈의 세계로 데려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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