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민간인권전선이 자의 반, 타의 반 전격 해산을 선언하면서 ‘홍콩의 중국화’가 갈수록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의 민주화 세력은 급격히 동력을 잃은 채 지리멸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회 상류층 인사들의 해외 이민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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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2월 민간인권진선이 주도한 반중 시위 광경. 이 단체가 해산되면서 이제는 이런 모습을 홍콩에서는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제공=홍콩 밍바오(明報).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6일 전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시민단체를 비롯해 정당, 노조, 학생조직 등에 의해 결성된 범민주 진영의 연합단체인 민간인권진선은 전날 성명을 통해 단체의 생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소속 단체들이 탄압을 받아왔다. 차기 집행부를 구성할 수 없어 해산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밝힌 것. 이로써 홍콩 정부가 의회를 통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한 2003년에 5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주도, 입법을 막기도 한 이 단체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제는 앞으로 비슷한 단체들이 속속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현재로서는 기자협회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친중 매체인 원화이바오(文匯報)가 지난 13일 “경찰과 관리들을 비방하면서 시민들을 선동해 정부에 반대한다”고 기자협회를 비난한 사실만 봐도 진짜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이 기자협회마저 자의 반, 타의 반 간판을 내리게 할 만큼 압박한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개연성이 다분한 탓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교사노조가 역시 자의 반, 타의 반 해산을 결정한 것을 보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홍콩의 중국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국면을 이제는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고 해도 좋은 것이다.
수많은 민주 단체들이 이처럼 자의 반, 타의 반 해산을 하면서 홍콩인들의 헥시트(HKexit) 행렬은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사회 상류층 인사들의 해외 이민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홍콩은 친중파이거나 요유가 없어 헥스트에도 나서지 못하는 이들만 남는 쭉정이 국제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