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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기 2시간만, ‘중동의 파리’라던 레바논 어쩌다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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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8. 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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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레바논 베이루트의 모습. /AP연합
한때 ‘중동의 금융허브 또는 파리’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레바논의 추락이 날개를 잃었다. 2019년부터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최악의 경제 위기가 급기야 심각한 전력난으로 이어져 이제 국민들은 하루 2시간 전기 사용도 버거운 것으로 드러났다.

레바논 중앙은행이 보유외환 감소를 이유로 최근 석유 등 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거리에는 기름을 구하지 못한 차들이 멈춰서고 수도 베이투트는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AFP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악으로 치달은 연료난은 레바논 국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수입 물품 대금 지급이 어려워진 정부가 연료·의약품 등의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지난 19일부터는 전국 주유소들이 아예 문을 닫았다. 또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져 베이루트 시민들은 하루 22시간 이상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밤이 되면 도시는 암흑에 갇히고 주요 상가와 은행 등은 영업시간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대중교통까지 멈춰 회사원들은 출근을 못하거나 회사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AFP통신은 알렸다.

중동에 위치한 국가이면서 사막이 없고 석유도 나지 않아 중동 같지 않은 나라로 통하던 레바논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다는 평가다. 지중해 동부에 위치해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연중 날씨가 온화하다. 고대 페니키아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은 역사적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걸프 산유국들의 리조트 역할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레바논의 전통적인 우호국이자 주요 대외 자금줄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카타르·쿠웨이트 등이 두둑한 오일머니를 통 크게 투자해 한때 부러울 것 없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는 이 돈을 제조업 육성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데 쓰지 않고 건설·부동산 부문에 집중 투입하면서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레바논 국가 경제성장률은 2016년 1.6%를 기점으로 급락해 2017년 0.6%, 2018년 0.2%에 이어 2019년 -0.5%로 마이너스 성장이 본격화했다. 지금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내정 불안까지 겹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여파가 더해지면서 경제는 더욱 회생 불능으로 내몰렸다. 대폭발 참사 뒤 새 내각 구성 지연으로 국정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년 만에 90% 이상 폭락한 현지 화폐(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시민들의 일상을 완전히 마비시키기에 이르렀다. 전기가 끊긴 베이루트에서 휴대전화 전등을 비춰 손님에게 면도해주던 한 이발소 주인은 AFP에 “우리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일한다”며 현실을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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