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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제자리걸음? ‘사회ㆍ경제ㆍ외교’로 나눠본 日새 총리 현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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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9. 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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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총리에 오르게 된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 /AP연합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외무상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공식 선출됐다. 29일 결선 투표 끝에 자민당 총재가 된 기시다는 다음달 4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를 거쳐 제100대 총리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꽃길만 놓인 것은 아니다. 새 총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사회·경제·외교적으로 산적했다는 평가다.

사회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도통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음 총리에게 기대하는 과제 1순위로 코로나 대책(26.8%)이 꼽힐 만큼 일본인들의 이목은 생업과 직결된 코로나19 대책에 집중된다.

다행히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진정 국면에 있다.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8개 지역에 적용된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일상 공존)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2만5000명대로 치솟았던 신규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10분의 1’ 수준인 2000명대로 떨어졌다.

새 총리는 ‘위드 코로나’ 조기 정착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일상에 적용해야 할 숙제를 안았다. 기시다는 각종 소견 발표를 통해 수십조엔(수백조원)을 들여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재분배와 격차 축소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또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의료 난민 제로화 등을 앞세우면서 건강위기관리청 창설을 제안했다.

경제적으로는 대규모 금융 완화와 재정 확장 정책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와 선을 그어야 한다. 아베노믹스는 기업 실적을 개선하고 8000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3만선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결국 대기업과 부유층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경제학자인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니치 신문을 통해 “9년간의 아베노믹스가 생산성 정체와 임금 감소, 소비 부진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재정 확장과 금융 완화를 고집한 아베노믹스가 장기 호황 및 사실상의 완전 고용 상태를 달성했지만, 한편으로는 잠재 성장률이 정체되고 생산성도 둔화된 탓에 임금도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시다의 생각은 ‘전환’이다. 도쿄 신문은 기시다가 후보 등록 후 첫 연설 키워드를 ‘변화’(전환)로 꼽으며, 아베노믹스 혜택이 기업으로만 쏠리고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시다는 신자유주의로부터의 전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외교적으로는 한일 관계 개선과 미·중 갈등으로 불안한 동아시아 정세 속 일본이 취할 스탠스 등에 방점이 놓인다. 사실 누가 돼도 한일 관계의 냉기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리 법원은 지난 27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외면해 온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 여파로 양국 간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점은 새 총리가 강경 자세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일 관계 개선의 측면에서 그래도 기시다보다는 고노 다로에게 거는 기대가 있었다. 고노는 지한파 인사이자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모집 관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당사자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아들이다.

반면 일본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는 기시다는 이베 전 총리를 대신해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파기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에 직접 서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껄끄럽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마다 논란을 빚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도 기시다는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 참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세웠다. 이는 총리직에 있을 때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힌 고노와 대비를 이뤘다.

따라서 기시다의 승리는 대미 외교를 중시하는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기시다는 자위대 명기를 위시한 개헌에도 의욕을 보인 인물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는 제자리걸음을 할 공산이 커졌다. 이밖에 전반적인 변화를 선언한 기시다는 정치적으로 자민당 내 주요 당직의 임기를 제한하겠다며 당 개혁을 기치로 내걸기도 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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