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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리벽을 두드리는 것 같다”…키오스크 앞에서 좌절하는 시각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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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환 기자

승인 : 2021. 10. 14. 18:31

서울지역 무인정보단말기 245곳, 절반 이상 음성지원 기능 안돼
참여연대,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열어
인권위 진정서 제출…5개 사업자에 손해배상소송도 진행
참여연대 기자회견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과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차동환 기자
서울 성동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A씨는 집 주변에 있는 무인편의점을 찾을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가 오히려 A씨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원인이다.

A씨는 “키오스크에 음성 피드백이 없어 간신히 물건을 사고 나가려는데 잠금해제 버튼까지 못 찾아 땀을 흘릴 정도로 긴장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역점 주변 햄버거집을 찾았던 시각장애인 B씨는 “키오스크를 이용해 햄버거 2세트를 주문하려 했는데 실수로 5세트 주문이 들어갔다”면서 “이제는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에 있으면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무인화 붐으로 인해 은행 ATM이나 탑승권, 공공기관 민원서류 발급 등으로 사용되던 키오스크와 비대면 단말기 등이 음식점과 카페 등 일반 매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장애인을 위한 편의 기능을 갖추지 못해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는 1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도 일반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키오스크 등을 이용할 수 있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단체는 또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주거공간, 도서관, 병원은 물론 식당, 카페 등에서의 주문 결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간에서조차 여전히 장애인들은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4~6월 서울 시내 공공·민간 키오스크 245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키오스크가 음성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정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센터에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당사자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유리벽으로 느껴졌다고 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정보접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행안부와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원서류발급 키오스크는 점자 키패드, 이어폰 단자 등이 구비돼 있었지만 키패드 관리가 돼있지 않아 작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공립병원 내 키오스크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패드, 점자라벨, 음성안내, 화면확대 등의 기능이 전혀 없었다.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접근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강윤택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코로나19로 무인정보단말기나 다양한 분야에 키오스크가 확대돼 거의 일상이 되는 현실 속에서 장애인도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과 동등하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참여연대와 장애인단체 등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패스트푸드 업체와 무인편의점 등 5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도 진행했다.

오정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재화·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 장애인에 대한 정보접근에서의 차별금지, 정보통신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며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키오스크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와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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