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단 각국 기업들의 민감한 고객 정보 요구 수위를 낮춘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해당 정부와 기업들로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각국 반도체 기업에 최근 3년간 고객사 정보와 함께 기술 단계와 판매·재고 현황까지 구체적인 26개 항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각국 업체들은 민감한 영업비밀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미 재무장관과 만나 미국의 요구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민감한 내부정보 대신 자동차용, 휴대전화용, 컴퓨터용 등 산업별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기업들의 입장이 반영돼 다행이다. 앞으로도 기업들의 영업비밀은 꼭 지켜지는 선에서 협력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도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국가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기업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마침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가핵심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9~11일 미국을 찾는다. 미 정부와 반도체 협력 문제를 잘 조율하기 바란다. 외교부가 최근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전담 국(局)으로 키우려는 것도 시의적절하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안보 동맹’인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너지·물류대란 문제를 풀어갈 때 우리에게 더 큰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