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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인플레 걱정인데, ‘나 홀로’ 디플레이션 세대인 일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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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1. 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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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거리. /연합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에 따른 금리 인상 등의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독 일본만은 예외다. 오랫동안 지속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하락)이 한 세대현상을 이루며 좀처럼 정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스(JT)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상반된 이른바 ‘일본 디플레이션 세대’를 진단한 특집기사를 통해 예산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주된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JT는 깊숙이 뿌리 내린 알뜰 소비성향이 어떻게 인플레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는지 20대 일본 젊은 층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며 도쿄 중심부의 인터넷 카페와 영어 교육 비영리 단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25세 여성을 사례로 들었다.

이 여성은 수천엔을 들여 머리를 자르는 대신 모델을 찾는 헤어 스타일리스트들과 지원자를 연결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공짜로 머리를 자른다고 했다. 또 그는 6개월에 한 번 정도만 옷을 사고 오래된 옷은 벼룩시장 앱에 팔아서 쇼핑 자금을 마련한다고도 했다. 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 역시 본인처럼 검소한 생활을 고수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여성은 “친구 대부분이 나와 같다”며 “불필요한 데 굳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일본인들이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된 데는 수십 년 동안 정체된 임금과 낮은 물가 영향이 크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정체된 임금 상승률과 제한된 구매력은 일본이 수십 년간 마이너스 인플레에 시달려왔다는 걸 의미한다”고 짚었다.

실제 일본 경제는 90년대 버블(거품)이 꺼진 이후 30년 가까이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한국 3.2%·미국 6.2%·독일 4.5%·중국 1.5%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임금 역시 오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7년(수치 100 기준) 대비 지난해 일본 급여를 90.3으로 집계했다. 후생노동성이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170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임금을 인상했거나 올릴 예정인 기업은 80.7%로 지난해보다 0.8% 포인트 내려갔다.

인플레 우려 때문에 전 세계가 돈줄을 죄는 사이 일본은 오히려 지난 19일 임시 각의를 거쳐 55조7000엔(약 576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경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던 배경이다. 상위 10% 가구를 제외한 18세 이하 자녀에 대해 1인당 10만엔(약 103만원)을 지급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 받는 중소 사업자에게는 최대 250만엔(약 258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 등이 발표된 기시다 후미오 총리식 ‘분배 경제’의 본격 가동으로 읽힌다.

경제학자인 쓰루가 다카유키 오사카대 교수는 “임금은 비교적 쉽게 인상될 수 있지만 끌어내리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급여 인상을 경계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개념이 가격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고객을 잃을 것을 우려해 가격을 올리는 일에 조심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물가를 낮추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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