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신용관리·소비분석 등 추진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중 12월 1일부터 실시되는 시범서비스 시행 업체는 신한·KB국민·현대·하나·BC카드 등 5개사다. 우리카드는 연말께, 비교적 늦게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신청한 롯데카드의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일 전면 시행에 대비한 시범서비스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전 금융업권의 화두이지만, 특히 카드업계는 사활을 걸고 있다. 가맹점수수료가 추가 인하될 위기에 놓인데다, 내년부터 카드론마저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 만큼 새로운 먹거리가 간절한 상황이다. 여러 분야의 데이터를 통합해 다양한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카드사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 없는 셈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규모는 19조 3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1.3%에 달한다. 마이데이터 시행 후에는 데이터 판매·처리 산업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데이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오픈뱅킹만 봐도 2019년 12월 출범한 후 약 1년 5개월 만에 누적 거래량이 48억건을 넘어섰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마이데이터 사업 아이템은 카드사용 일시나 결제 내역, 카드대출 이용 등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거나, 개인화된 혜택 제공, 합리적인 소비습관 개선 지원 등이 될 전망이다.
가장 본격적으로 나선 카드사는 신한카드다. 지난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하고 회사목적사항에 ‘데이터 전문기관업’을 추가했다. 데이터 산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금융위원회 ‘데이터 전문기관’ 지정을 추진, 데이터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행보다. 3월 선보인 마이데이터 자산관리서비스 ‘마이리포트’는 출시 4달 만에 이용자 200만 명을 넘어섰다. 신한카드는 본격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이미 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치고 투자자문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기존의 리브메이트를 업그레이드해 마이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한 ‘리브메이트 3.0’를 선보인 바 있다. 여기서 자산관리, 소비관리, 개인화 상품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향후 간편결제 앱 ‘KB페이’와 ‘리브메이트 3.0’을 통합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오픈 API·인증 솔루션 등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다양하게 확장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카드의 경우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동맹’을 활용해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치고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의동의원실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현대카드의 PLCC 점유율은 88.5%에 달한다. 주요 제휴사만 해도 네이버, 스타벅스, 배달의 민족, 이마트, 대한항공, 쏘카, 무신사 등 업계 점유율뿐 아니라 데이터 트래픽이 상당한 기업들이다. 이들과 ‘데이터 동맹’을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카드는 7월 비교적 늦게 본허가를 취득했지만, 가장 먼저 금융보안원이 주관하는 ‘마이데이터 앱 기능 적합성 심사’를 9월 통과했다. 간편결제 앱인 ‘원큐페이’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오픈하고, 고객 소비성향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연계해 제공하는 ‘하나태그’, 고객별 맞춤 가맹점 추천 서비스인 ‘핫플레이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BC카드는 10월 금융사로는 최초로 가명정보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금융사가 된 셈이다. 이에 KT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와 결합해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카드사들이 데이터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며 저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얼마나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하에서 정보 유출은 더욱 치명적인 만큼 보안도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