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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까지 추격해오는 경찰차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갓길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한데 차에서 급하게 내린 경찰관이 수박장수에서 다가와 한다는 말이 이랬다. “아저씨! 잘 익은 수박 하나 골라 주세요!” 이 같은 상황에서 수박장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수박타령은 또 있다. 몇 개월째 애틋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청춘남녀에게도 수박은 좋은 핑계와 명분이 된다.
좀 더 진도를 나가고 싶은 남자가 은근히 여자와의 잠자리를 원했다. 하지만 여자는 결혼을 약속하기 전에는 절대 불가의 입장이었다. 남자가 불만스러운 투정을 했다. “수박을 살 때도 잘 익었는지 아닌지 먼저 따보잖아…!” 여자의 대응도 만만찮았다. “한 번 따버린 수박은 안 팔린다는 거 몰라?”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수박 논쟁이 벌어졌다. 친명계(이재명)와 친문계(문재인) 간의 내부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6.1 지방선거 참패 후 ‘이재명 책임론’이 등장하자 강성 친명 지지자들이 ‘겉은 푸르면서 속은 빨갛다’며 친낙계(이낙연) 쪽과 친문계 정치인을 수박에 빗대어 힐난한 것이다. 속이 빨개서 국민의힘 편이라는 것이다. 원래는 ‘빨갱이’로 부르던 좌파가 적색인데, 우파 정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으로 뒤바뀐 것도 역설이다. 아무튼 애먼 수박을 두고 계파 싸움이 격화되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섰다.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논란이 쉬 숙지지는 않을 듯하다. 되는 집안에는 호박가지에도 수박이 열리는데, 재수 없는 사람은 수박을 먹다가도 이가 빠진다고 했다. 예로부터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달래주던 여름 과일 수박이 못된 정치꾼들에게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올여름엔 무더위에다 수박값도 오른다고 한다. 이래저래 짜증을 더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