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채굴하려 ‘24시간’ 선풍기 틀다 화재…법원 “제조사 책임 없다”

비트코인 채굴 위해 공업용 선풍기 구입…한달 만에 화재로 재산피해
보험사, 손해보상금 5000만원 가지급…제조사 상대 1억4000만원 청구
"정상적 사용 보기 어려워…주장 이유 없어" 판단

법원 /박성일 기자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공업용 선풍기'를 하루 종일 작동시키다가 선풍기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했다면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책임을 물을 수 없다"였다. 통상적인 사용 범위를 넘어서 비정상적으로 선풍기를 사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선풍기 제조업체 A사를 상대로 보험사가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최근 판결했다.

B씨는 지난해 8월 말께 A사의 공업용 선풍기를 구매하고, 비트코인 채굴기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선풍기 전원을 끄지 않은 채 24시간 작동시켰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초 선풍기 모터가 연결된 전선 부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불이 번져 건물 내 집기와 재고 물품 등이 소실됐다.

B씨가 가입한 화재보험사 현대해상화재보험은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손해보상금 5000만원을 B씨에게 가지급했다.

이에 보험사는 "선풍기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해 사고가 났다"며 선풍기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금 1억4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제조사가 선풍기를 제조할 당시 기대할 수 있는 사용 범위를 넘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사용된 화재인 만큼 제조사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B씨 등은 선풍기 구매 후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했다"며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된 상태로 보기 어려워 원고 측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현대해상화재보험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