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LG에너지솔루션 협력 가능성
고성능 제품 적시 생산해 현지 판매
부품 협력사 위한 상생 지원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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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전시장을 돌며 연속으로 질문을 던졌다. 현대차그룹 회장 자격으로는 처음, 2019년 이후 4년 만에 전시회에 참석한 정 회장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질문을 연이어 쏟아낸 것을 두고 업계는 정 회장의 현재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퍼스트무버' 전략을 내세워 발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핵심 시장인 미국은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내세워 최종 생산지, 배터리 부품 원산지 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여기에 2032년 전기차 판매 비율을 67%로 맞추겠다는 목표까지 추가하면서, 전기차 글로벌 탑티어를 노리는 현대차그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미국이 제시한 질적·양적 요건에 모두 부합하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당장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네시스 GV70이 중국산 배터리를 달았다는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현지 합작공장 설립 등 배터리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美 배터리 합작사 곧 발표…SK·LG 모두 협력 가능성"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에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짓기 위해 배터리사들과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5월께 현대차그룹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합작 배터리 공장에선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최적화한 배터리 제품을 공동 개발해 양산하고, HMGMA에서 고효율·고성능·안전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해 현지 판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SK온과 HMGMA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때문에 SK온이 현대차그룹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오는 2032년까지 신차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워 전기차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두 회사 모두와 협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수의 기업과 협력하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갖출 수 있는 것은 물론 가격 협상 등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두 회사와 전기차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EV6'와 'EV9', 제네시스 'GV70' 등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장재훈 "배터리 회사 가릴 상황 아냐"…中 협력 가능성도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나와 니로 전기차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장착되기도 했다.
실제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지금 배터리 회사를 가릴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 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를 중국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의 경우 GV70 보조금 제외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긴만큼, 미국 이 외의 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내재화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찻값 인하, 안정적인 물량 확보 등을 위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1년 청년 간담회 자리에서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업체와 함께 셀 연구를 할 수 있겠지만, 생산은 배터리 업체에서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내재화에 선을 그었다. 이 기조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정의선 "부품업계 지원 확대할 것"…5.2조원 '신 상생협력 프로그램'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 부품 경쟁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국내 전기차 도입이 늦어진 탓에 부품사 역시 전동화 전환이 지체됐다. 전기차 부품 기술 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둘러야 하지만 부품사의 자금난·인력난으로 정부와 완성차 기업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5조2000억원 규모의 '신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내 부품업계의 경쟁력 강화, 전동화 전환 가속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300곳 이상의 1차 협력사에 3조4000억원 규모의 원자재 납품대금 인상분을 지원했다. 2·3차 협력사가 수익성을 유지하고 부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다각화 지원 펀드'를 도입해 친환경차 부품 개발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내연기관차 부품 협력사의 유동성 확보도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투자 R&D 기금'을 마련해 자동차 부품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협력사도 돕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자동차산업 상생 및 미래차 시대 경쟁력 강화 지원 을 위한 업무협약식' 자리에서 "미래차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업계에 대한 상생과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