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준비보다 더 빠르게 발전했던 세계 축구
좌정관천의 교훈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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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을 약 50일 앞두고 취재 현장에서 만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모 주축 선수가 한 말이다. 그는 자신감에 넘쳤고 믿음이 갔다.
이후 많은 기대 속에 여자 월드컵이 개막했다. 이번만큼은 다를 거라던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그러나 또 한 번 월드컵 무대에서 좌절을 맛봤다. 특히 1승 제물로 여겼던 아랍권 국가 최초의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국 모로코에 0-1로 덜미를 잡힌 충격파는 제법 상당하다.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지소연(31)은 모로코전 패배 뒤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경기력의 측면에서 뭐가 잘못됐는지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난 4년 동안 콜린 벨(62·잉글랜드) 전임 감독 체제로 이끌어왔던 준비 기간이 부질없었다고 여겨질 만큼 대표팀은 총체적인 난국을 재확인했다.
자신감과 현실은 딴판이었다. 한국은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내내 연출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골을 넣지 못했다. 가장 좋지 않은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기본적인 피지컬(신체·운동능력)이 뒤질 수밖에 없는 한국은 체력적인 열세마저 극복하지 못했다. 90분 동안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자 '고강도 훈련'을 진행해왔던 노력은 단숨에 수포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세계 여자 축구는 1년이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이번 월드컵이 여실히 증명해보이고 있다. 애석하게도 한국 여자 축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은 모로코전까지 월드컵 본선 6연패를 기록했다. 지소연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경기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다. 두 걸음씩 쭉쭉 뻗어나가는 상대방을 보지 못했다. 우리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세계 여자 축구는 더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해나가고 있었다는 걸 대표팀은 간과했다.
좋은 의미에서 이번 월드컵 무대는 한국 여자 축구의 냉정한 현실을 들여다본 기회의 장이었다. 다만 내용과 결과 모두에서 4년 전과 달라진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거듭된 실패에 자신감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한국 여자 축구의 현주소는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는 좌정관천을 떠올리게 한다. 혹시 자기가 사는 우물에서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건 아닌지 축구계는 냉철하게 돌아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