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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 대표 체제의 속내…신세계그룹, 구조조정 신호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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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3. 12. 07. 18:23

10명→5명… 인건비 등 대폭 줄어
실적 부진에 수익성 개선작업 시각
신세계측 "역량 결집 시너지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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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마른수건 쥐어짜기'가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룹 역사상 유례없는 '겸직 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을 두고, 임원 수를 줄여 인건비를 아끼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10명의 계열사 대표가 하던 일을 5명이 나눠서 하게 되면서, 임원 수가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른 인건비 및 부대비용도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등기이사 평균 보수는 1인당 약 13억2200만원에 달한다. 급여 외에도 품위유지비와 차량, 수행 비서 등의 각종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이들에 지출되는 비용은 더욱 커진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인사로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에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계열사 3곳을, 박주형 대표는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와 신세계 대표를 겸직하게 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신세계L&B 대표를 겸하게 했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자리도 함께 맡겼다. 이주희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 수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지난해 10명이 맡았던 계열사 대표 자리를 절반인 5명이 나눠서 맡게 된 셈으로, 이 같은 겸임 인사를 통해 신세계그룹이 약 60억 원 이상을 감축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신세계그룹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며 "그룹 역사상 최초로 겸직 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조치이며, 현재도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면세점 등 신세계그룹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뒷걸음질 쳤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3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상반기 221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지난해 120억원 규모의 연간 영업적자를 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4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폭을 더욱 늘렸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연이은 M&A(인수합병)로 재무상황도 녹록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現 지마켓) 3조40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 5000억원,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1353억원,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3000억원,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3000억원 등의 인수로 현금흐름이 둔화됐다.

한동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남매가 인사 시즌을 진두지휘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부 유통업계 전문가들도 신세계그룹이 긴축 경영을 통해 수익성 개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신세계그룹이 실적이 악화하자, 대표이사 겸직 체제를 통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이번 파격 인사는 신세계그룹이 향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그룹 측은 계열사를 묶어 한 대표 체제 아래에 둔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끼리 묶어 한 대표 체제 아래에 둔 것은 조직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낼려고 한 것으로, 비용을 아끼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며 "수십 조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가 고작 몇 십억원을 아끼기 위해 대표 자리를 줄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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