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증에 분담금 증가·설계 하향 변경 등 사업성 악화
"고금리 등 겹쳐 당분간 하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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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면적 82㎡형은 지난달 16일 34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 이뤄진 작년 11월 23일 같은 평형이 39억원에 손바뀜된 것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4억5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1차 전용 128㎡형도 지난달 13일 32억34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앞선 지난 1월 29일 같은 평형 거래 금액인 34억원보다 약 1억7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 전용 73㎡형의 경우 작년 11월 13일 22억8500만원에 팔렸는데,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지난달 6일엔 21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가 재건축 아파트값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사비가 오르면 재건축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직접공사비를 뜻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집계됐다. 2021년 1월(124.12)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24.6%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조합원 분담금을 올려야 하거나, 설계 규모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단지가 늘면서 원활한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압구정동 현대3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최근 개략적인 조합원 분담금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단지 34평을 소유한 조합원이 같은 평형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3억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개포주공6·7단지 통합 재건축 사업도 서울시의 '35층 룰 폐지'에 힘입어 최고 49층 설계 적용을 시도했지만, 치솟은 공사비가 발목을 잡으면서 35층 조성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와 공사비 급증이 맞물려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마저도 가격 하향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향후 금리 하락 신호가 시장에 던져질 경우 집값이 이르면 올 연말 이후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