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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작년 9월말 상장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이날까지 총 3.2% 떨어졌죠.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증권금융·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5개사가 지수 부양을 목적으로 수천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투자도 집행했지만, 사실상 빛을 못 본 셈입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과거 발생했던 지수 구성종목들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현재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앞서 거래소는 밸류업 기조에 맞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던 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을 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시켜 시장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나중에서야 특별 변경으로 다시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지만, 지수 신뢰도는 이미 떨어진 뒤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후진적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던 고려아연·이수페타시스 등이 포함된 점도 불신을 키우는 주요 배경이 됐죠.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어려운 경기 상황을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는 등의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현재 시장에선 밸류업 공시 이행을 주주환원 확대로 등치시키는 분위기도 팽배합니다. 즉 상장사들 입장에선 밸류업 공시만으로 주주환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죠.
상장사들의 이 같은 고민은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돼 있는 상장사 105사 중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곳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43곳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체의 40.1% 수준인데요. 이중 코스닥 상장사들은 33사 중 5곳(15.2%)만 이행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코스피 상장사들 대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고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시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들 중 42%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거래소도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요. 밸류업 공시 미이행 상장사들에게 불리한 요건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편출 기업수가 너무 많아지면 부담이 될 수 있어섭니다. 아직 지수 편출입 심사일까지 2주 정도 남아 공시 이행 기업들이 추가로 나올 순 있겠지만, 업계에선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본래 취지를 고려해 과감히 리밸런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저번처럼 어영부영하다간 지수에 대한 불신이 또 한 번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