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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스님 “차문화 산실 쌍계사, 외국인도 사랑하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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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4. 17. 21:29

[인터뷰] 조계종 13교구본사 주지
쌍계사 '2025 차문화대축전' '나는 절로' 진행
"외국인도 차담을 하려고 버스 빌려 올 정도"
쌍계사 주지 지현스님
조계종 제13교구본사 하동 쌍계사 주지 지현스님. 차나무 시배지(始培地)로 알려진 쌍계사는 17~20일까지 '2025년 차문화대축전'를 개최한다. 아울러 18~19일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모시고 사찰소개팅 '나는 절로'를 진행한다./사진=황의중 기자
다도와 선의 경지가 같다는 다선일미(茶禪一味)란 말이 있듯이 차(茶)와 불교의 관계는 떼래야 뗄 수 없다. 한국에 차나무가 들어온 것도 불교가 삼국시대의 국교가 되면서다.

특히 1300년 천년고찰인 조계종 제13교구본사 하동 쌍계사는 차나무를 최초로 심은 시배지(始培地)로 한국 차문화(茶文化)의 원류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나무 종자를 처음 심은 이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지던 다맥(茶脈)은 1975년 주지로 부임한 고산당 혜원스님(1933~2021·조계종 전 총무원장)의 손에서 복원됐다. 이후 회주 영담스님이 그 뜻을 이어받았다.

이에 따라 쌍계사는 한국 차문화의 출발을 기념하고자 매년 '차문화 대축전'을 봄철 첫 차를 딸 무렵에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2025 차문화 대축전'이 시작한 17일 쌍계사에서 주지 지현스님을 만나서 차문화의 산실인 쌍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지현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쌍계사는 어느 사찰보다 차와 관계가 깊다고 들었다.

"쌍계사는 역사 기록으로 증명된 차나무를 최초로 심은 차나무 시배지(始培地)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간 대렴(大廉)공이 왕명으로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서 지리산에 심었다고 나온다. 다산 정약용은 그 시배지를 지리산 화계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성덕왕22년(723) 비구 삼법과 대비께서 중국 선종의 육조인 혜능선사의 정상(두개골)을 가져와 봉안하면서 산문을 연 지 105년 후로 문헌과 어른 스님들에게 전해온 이야기 등을 고증하면 현재 우리가 보존하고 개원채다 행사를 하는 그곳이 시배지가 맞다."

-사찰 차원에서 차문화대축전을 하게 된 계기는.

"회주 영담스님과 저의 은사이신 고산선사(1933~2021)께서 1975년 주지로 부임해서 시배지를 가보니 동네 사람들이 염소를 키우고 가축을 위한 공간으로 시배지를 쓰고 있었다. 고산선사께서는 명백히 삼국사기에 기록이 있고 다산 정약용이 연구해서 기록을 남겼음에도 이러한 역사적인 곳이 방치됐다는 데 크게 안타까워하셨다. 이에 은사스님께서 발심해 시배지를 복원했고 회주 영담스님이 그 뜻을 이어받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고산스님께서 강조한 것이라면.

"고산선사께서는 선·교·율(禪·敎·律,), 차(茶)와 범패(梵唄)를 일상으로 실천하며 '불식촌음(不息寸陰·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을 강조했다. 고산선사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은사인 백운스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져가던 다맥(茶脈)을 복원했다. 이후 몇몇 비구들을 중심으로 다맥 전수식을 하다가 2004년 5월 14일 사단법인 육조·진감·초의·만허 다맥 한국선다회를 창립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쌍계사 차문화대축전의 특징이라면.

"고산선사가 다맥 복원을 위해 마음을 낸 것을 회주 스님이 여법하면서 품격있게 만들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시를 결합한 '디카시' 를 통해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드니까 행사 범위도 하동을 넘어 부산·경남으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자칫하면 옛날 사람들의 문화처럼 보일 수 있는 차문화를 젊은 세대도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탈바꿈했다. 우리는 차란 '상품'을 파는 축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차문화대축전을 하는 이유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고급문화를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아울러 이번 차문화대축전에는 스리랑카·대만·중국 불교계 인사 및 차인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행사만이 아닌 다른 불교 국가와도 교류하는 장이다."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쌍계사를 많이 찾는 것 같다.

"특히 외국인들이 차담을 하기 위해 버스 한 대를 빌려서 올 정도다. 평균 60·70대의 호주·미국 등 서구권에서 온 분들이다. 대부분 퇴직 교수 또는 의사 같은 엘리트층이다. 이분들에게 물어보면 쌍계사는 가장 한국적인 특성이 남아 있는 고즈넉한 절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 외국인들은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주지실 문을 열어놓고 자주 차담을 하려고 한다. 최근 일본 요리 오마카세처럼 차를 즐기는 '차마카세'가 유행이라고 들었다. 차마카세를 해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여러 차 중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깔끔한 차로 하동 차를 꼽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차를 권한다. 차를 마시라고 하고 바로 5분 명상을 시킨다. 차와 명상은 불가분의 관계다. 명상을 하면 목이 마르고 그때 가장 적법한 음료가 차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실 말이 있다면.

"쌍계사는 해인사 다음으로 많은 목판 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다. 경내 화엄전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유산이 많은 천년고찰이다. 그러다 보니까 규제가 많아 불사(佛事)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회주 스님은 장애인 또는 고령자라도 편히 찾는 사찰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8일~19일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모시고 '나는 절로'도 진행할 예정이다. 쌍계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사찰이다. 동시에 한국 차문화의 발원지이자 선종을 상징하는 혜능스님의 숨결이 있는 천년 역사가 있는 곳이다. 한번 가족과 방문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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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쌍계사 시배지에서 진행된 2025 차문화 대축전 개원채다 행사 모습./제공=쌍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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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중창주이자 방장을 지냈던 조계종 전 총무원장 고산당 혜원스님./제공=쌍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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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회주 영담스님. 영담스님은 은사인 고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사격을 높이는 다양한 문화 불사를 하고 있다./제공=쌍계사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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