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60여년에 걸친 강명희 화업 재조명 성곡미술관, '김환기 제자' 석난희 예술세계 조망 추상에 담긴 '자연'...완숙기에 접어둔 두 거장 만나는 자리
강명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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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강명희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잊힌 여성 거장들의 화업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강명희-방문(Visit)'은 한국 여성 작가로는 드물게 1980년대에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했던 강명희(78)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성곡미술관의 '석난희_ 그림 속의 자연 畵中自然'은 60여 년간 자연과 추상미술을 탐구해 온 석난희(86)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자연'과 '추상'을 화두로 삼았던 두 여류화가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강명희는 1947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한국 영화계의 전설적 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성일)의 여동생이다.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마친 후 1972년 프랑스로 이주했고 1980년대에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어 주목 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 로비에 강명희 작가의 초대형 작품 ‘북원’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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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 로비에 강명희 작가의 초대형 작품 '북원'이 걸려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상대적으로 국내 활동이 적었던 강명희는 2007년 고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에 정착했다. 이후 한라산, 황우치 해안, 대평 바다, 안덕계곡 등 작가가 방문했던 곳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 회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의 본질, 그리고 존재와 자연과의 관계를 캔버스에 담아내며 독자적인 회화 영역을 구축한 강명희의 대표작들이 소개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강명희의 회화를 감상하며 관객은 마치 경계 없는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작업적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 서광동리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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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희의 '서광동리에 살면서'. /서울시립미술관
석난희는 김환기의 제자다. 1962년 대학 재학 중 최우수 학생으로 선발돼 개인전을 열며 주목받았다. 이후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유학하며 예술적 시야를 넓혔고 1969년 귀국 후에는 자연을 주제로 한 추상미술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발전시켰다. 이번 전시는 1962년부터 2000년대까지의 작품을 아우르며, 특히 그의 예술적 역량이 가장 왕성했던 1980년대를 중심으로 회화, 석판화, 목판화, 판목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석난희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1960년대 한국 화단은 앵포르멜 미술이 전성기였다. 그러나 석난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방향을 확립했다. 1970년대부터는 목판화와 판목화를 병행하며 자연을 작품 속에 담아내려 했고 1985년에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경기도 안성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성곡미술관 측은 "석난희의 작품 경향은 중국 송대 문인 소동파의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동양적 예술관과 맞닿아 있다"며 "작가는 추상화를 통해 그림과 시가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연의 리듬과 정신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