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을 둘러싼 엇갈린 기억…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
이야기의 무대는 충북 괴산읍과 경북 문경시를 가르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사건을 담당하려는 충북 경찰과 경북 경찰 간에 관할권을 놓고 다툼이 벌어진다.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공직 사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비틀면서도, 이야기는 곧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기억으로 파고든다. 두 명의 용의자. 그들은 친구였고,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였지만, 사건 이후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은 어딘가 어긋나 있다. 과연 이들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기억을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일까?
'탓'은 단편 영화 '선'에서 출발해 만들어졌다. 하나의 살인 사건이라는 극적인 상황 속에서, 사건 당사자들은 저마다 다른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무대는 이들의 엇갈린 기억을 따라가면서, 진실이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눠질 수 없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가, 아니면 모두가 자신의 기억을 근거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뿐인가.
이번 공연을 함께 올리는 극단 겨루와 극단 구름은 각기 다른 색을 지녔지만, '도전'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맞닿아 있다. 겨루는 수련과 경쟁을 통한 성장을, 구름은 다양한 감정의 흐름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믿음을 토대로 한다. 두 극단은 이번 '탓'을 통해, 관계와 기억이라는 복잡하고 섬세한 주제를 치열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작품 제목인 '탓'은 단순한 범죄의 책임 소재를 넘어, 인간 관계에서 서로에게 부여하는 책임과 정당화의 욕망까지 포괄한다. 누구의 탓인가, 무엇의 탓인가를 묻는 과정에서 우리는 언제나 자기 기억의 틀에 갇힌다. 연극은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관객에게 되묻는다. 당신이 믿고 있는 진실은 정말 온전한 것인가.
무대를 가르는 선, 그리고 기억을 가르는 선. '탓'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선 위에 관객을 세운 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을 우리는 믿고 싶은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작품이 남기는 가장 깊은 여운은, 정답이 없는 세계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진실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