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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이 전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현재 국내 건설업계 분위기는 소위 '울상'이 가득하다. 고금리·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2021년 부동산 활황기 시절을 지난 후 내려앉은 집값으로 촉발된 국내 부동산 시장 악화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앞서 전한 건설사 한 임원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위기가 곧 기회'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아파트 붐'이 불기 시작한 후 국내 건설업계에 고질적인 리스크로 자리 잡은 '잇속 챙기기' 현상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생존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건설·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조심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간 주택 사업 등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았다. 별다른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 땅에 아파트 등 주요 시설을 지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수억원을 들고 이를 매입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순히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지나가며 하는 한 두마디가 아니라, 건설사들이 입을 모아 '생존'을 논하고 있을 정도로 건설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로 인해 건설·부동산 업계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수천만·수억원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챙기려는 분위기에서 힘을 합쳐 위기를 '넘어서자'는 방향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 급등한 인건비·원자잿값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설사는 조금이라도 공사비를 올리려 하고, 재건축 조합 등은 이를 '건설사 횡포'로 치부해 왔다.
이는 올해 들어 건설사·조합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 사례로 탈바꿈되는 일이 적지 않다. 공사비를 올리지 않으면 건설사도 무너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업계 전체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또한 과도한 공사비 인상 요구는 경기 침체로 힘든 조합의 분담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선에서 공사비 인상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보수·진보로 극명히 나눠진 정치권 분위기에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던 '부동산 정책'도 조금씩 간격이 좁혀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 진영에서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 정책이 '발 빠른 주택공급'이란 큰 틀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세부적인 방안은 각기 다를지라도 건설 경기 부흥이란 목표에 모두가 뜻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닥친 큰 위기를 수십 년 기간 동안 자리 잡은 해묵은 이기심을 벗어날 기회로 만들면 어떨까. 업계 이해관계자 모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어 건설경기 부흥을 위한 '원 팀'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