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5 | 0 | 경기장 인근의 평화공원. 관광객과 시민들이 원폭 돔을 배경으로 도보 이동하며, 히로시마라는 도시의 이중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히로시마의 도심 한가운데, 원폭 돔과 히로시마 성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중앙공원 부지에 우뚝 선 에디온 피스 윙 히로시마(EDION PEACE WING HIROSHIMA)는 단순한 스포츠 시설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4년 2월 1일 정식 개장한 이 축구 전용구장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새로운 홈구장이자 일본 프로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다. 시민들의 오랜 염원과 지자체, 기업, 구단의 협력이 빚어낸 이 공간은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경기장이라는 형태로 구현하며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에디온이 명명권을 확보하며 이름 붙여진 이 경기장의 애칭은 '피스 윙(Peace Wing)'이다. 이는 히로시마라는 도시가 전 세계에 전하는 평화의 상징성과, 지붕 디자인에서 형상화된 거대한 날개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희망의 날개'를 의미한다. 이 경기장은 히로시마시가 소유하고, J1 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운영하며, 여자팀인 산프레체 히로시마 레지나도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총 수용 인원은 2만8520석이다.
 | 103 | 0 | 날개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에디온 피스 윙 외관. 도심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도시의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
 | 102 | 0 | '캡틴 츠바사' 작가 다카하시 요이치가 그린 평화 메시지 벽화. "나는 축구로 세계 평화를 전하겠다"는 말풍선은 원폭 돔과 함께 히로시마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
에디온 피스 윙의 건설 배경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구장 이전 요구에서 출발했다. 기존 빅 아치(현 에디온 스타디움 히로시마)는 육상 트랙이 있는 다목적 경기장으로, 축구 팬들에게는 접근성과 시야 측면에서 불편한 환경이었다. 2000년대 들어 팀의 성적이 향상되며 축구 전용구장 요구가 높아졌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바탕으로 2019년 도심 중앙공원 부지를 최종 입지로 선정했다. 이후 2022년 착공을 거쳐 2023년 12월 완공되었고, 2024년 정초에 첫 경기를 치르며 역사적인 개장을 알렸다.
에디온 피스 윙의 가장 큰 특징은 축구 전용구장이라는 점이다. 선수들과 관중석 사이 거리는 불과 8m로, 관람객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경기장은 북남 방향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으며, 천연잔디 필드의 크기는 105m x 68m이다. 건축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바로 지붕이다. '날개'를 형상화한 포물선형 새들 지붕은 평화를 상징하며, 관중석 대부분을 덮어 비와 햇빛으로부터 보호하는 실용성도 갖췄다.
 | 104 | 0 | 푸른 잔디와 울트라마린 블루 좌석이 대비를 이루는 에디온 피스 윙의 메인 필드. 관객과 선수 사이 거리를 최소화한 설계가 돋보인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
네 방향의 관중석은 각각 다른 목적과 구조를 지닌다. 서쪽 메인 스탠드는 프리미엄 좌석과 VIP석, 파티룸이 있는 다층 구조이며, 남쪽은 홈 서포터들의 응원 구역으로 약 6200명을 수용한다. 북쪽 스탠드는 주거지역 인접성을 고려해 2,200석으로 제한하였고, 동쪽은 일반 관중석이 배치되어 있다. 좌석 색상은 울트라마린 블루와 회색을 불규칙하게 섞어 빈 좌석의 시각적 공백을 최소화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 경기장은 최첨단을 자랑한다. 대형 전광판은 국립경기장 수준의 크기를 자랑하며, 리본 비전, LED 조명 시스템, 몰입감 있는 음향 설비가 완비되어 있다. 이 가운데 '리본 비전'은 관중석 상단을 띠 모양으로 두른 긴 LED 디스플레이로, 실시간 경기 정보와 응원 메시지, 광고 영상 등을 송출하며 경기장의 몰입감과 역동성을 더해주는 장치다. 관객의 시선을 경기장 전역으로 이끌고, 다양한 연출 효과를 통해 하나의 공연처럼 경기를 체험하게 만든다.
 | 107 | 0 | 에디온 피스 윙 내부에 마련된 센서룸. 감각 민감 관객을 위한 배려 공간으로, 실내에서도 경기장을 조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
 | 108 | 0 | 센서룸 내부에서 바라본 전경. 일반 관객과 같은 시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된 설계가 적용됐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
관람객 편의시설도 주목할 만하다. 키즈룸과 센서룸은 일본 축구장 최초의 시설로, 어린이 및 감각 민감 관중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센서룸은 밝기와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포함해 감각 과민이 있는 관람객이 보다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내와 실외 좌석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응원 열기와 안정감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 장애인, 노년층 등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는 설계는 이 경기장을 진정한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에디온 피스 윙은 구조와 기술, 배려가 결합된 공간으로서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선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