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근로자 권익 강화"…경제계 "비용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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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사라왁 및 사바 고용법 개정안이 공식 발효됐다. 이번 개정은 1963년 말레이시아 연방 형성 이후 처음으로 말레이반도와 동말레이시아 간 고용법을 표준화했다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1998년 '근로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을 준수한다는 중요성을 갖는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제적 이미지 개선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 출산 휴가가 기존 60일에서 98일로 연장됐고 최저임금은 월 1500링깃(약 42만원)에서 1700링깃(약 47만원)으로 인상됐다.
또 주당 근무 시간이 기존 48시간에서 45시간으로 단축됐고 초과 근무 및 공휴일 수당 지급 기준 급여 상한이 2000링깃(약 55만원)에서 4000링깃(약 1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직장 내 차별, 강제 노동, 성희롱에 대한 신고 및 금지 조항과 배우자 출산 휴가(최대 7일)가 새로 도입됐다.
또 이번 개정을 통해 직종과 급여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가 고용법 적용 대상이 됐다. 말레이반도는 2023년부터 고용법 적용대상을 월 2500링깃(약 72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에서 모든 근로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반면 사라왁과 사바는 2005년 개정 이후 20년간 일부 근로자를 고용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해왔다.
이번 개정으로 사라왁 약 140만명, 사바 약 206만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도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사라왁 상공회의소(ACCCIS), 말레이시아 노동조합총연맹(MTUC) 등은 동말레이시아 고용법 개정이 근로자 권익 향상과 인재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이디 나사 MTUC 회장은 "이번 변화로 전국의 모든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며 고용법 개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부 단체는 중소기업들이 인건비와 증가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사라왁 주택 및 부동산 개발자 협회(SHEDA)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주당 근무시간 단축, 출산 휴가 연장 등이 고용주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키앙 치옥 SHEDA 고문은 "이번 고용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은 줄고 임금은 늘어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6년까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전자세금계산서(e-invoicing) 도입을 의무화해 이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동말레이시아와 말레이반도의 간의 현실적인 격차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12차 말레이시아 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사라왁과 사바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연평균 1.0%와 0.9%로 전국 평균인 2.7%를 크게 밑돌고 있다.
말레이반도에 비해 디지털 세금계산서 시스템 등 기술력이나 자원이 부족하고 경제성장률도 낮아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개정안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스티븐 심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장관은 "고용법 개정을 통해 말레이시아 전역의 노동자들이 동일한 권리와 보호를 보장받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