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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답을 찾다] 못난이 사과에서 닭갈비 도시락까지…지방소멸 1번지, 청년들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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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5. 12. 17:10

경북 의성 비안면 '농뜨락'…'못난이 사과' 수매 창업
'닭갈비 밀키트' 확장…지역농산물 연 2억원어치 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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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의성군 비안면의 마을기업 '농뜨락' 직원들이 닭갈비 밀키트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김남형 기자
'지방소멸 위험지역 1위.' 경북 의성군에 따라붙는 이 말은 단지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선 사람보다 빈집이 먼저 눈에 띄지만, 의성군 비안면만큼은 이 흐름을 비껴갔다. 버려지는 농산물에 가치를 더하고, 낡은 창고를 식품가공장으로 바꿔 지역의 맛을 상품으로 만들며 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이 있어서다. 마을기업 '농뜨락'이다.

농뜨락은 지난 2017년 지역 청년 다섯 명의 작은 도전에서 시작됐다. 당시 흠집 난 사과 17kg 한 박스는 5000원도 채 되지 않았다. 청년들은 이런 사과를 수매해 사과즙으로 가공했고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낡은 창고에 파레트를 쌓아 보관한 사과즙은 하루 2~3개 팔리는데 그쳤다. 이들을 향한 지역사회의 회의적인 시선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밴드와 맘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 나면서 매출은 늘었고 분위기도 전환됐다. 최상호 농뜨락 대표는 "예전엔 '그 사과 팔아 되겠나' 하시던 분들이 지금은 사과도 갖다주시고 같이 일하자고도 한다"고 말했다.

사과즙에서 배즙·자두즙 등으로 확장한 농뜨락은 닭갈비 밀키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역 전통시장에서 지역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닭을 구워 먹는 모습이 계기였다. 초창기엔 상인들과 협업했지만 위생 문제 등으로 자체 육가공장하면서 닭갈비 외에도 제육볶음·찜닭·불백 등 밀키트 5종과 도시락 완제품 생산으로 확대됐다.

농뜨락은 연간 2억원어치의 지역농산물을 수매하며 닭갈비 양념엔 의성산 마늘과 고춧가루를, 육류는 국내산 생닭을 고집해 고품질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는 지역농산물 소비 확대와 청년 일자리로 이어졌다. 현재 20~30대 상근직 7명과 계절 일용직 10여명이 근무한다.

농뜨락은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뒤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육가공 설비를 확충했다. 이어 2022년에는 일정 매출과 지역 기여도를 충족한 우수 마을기업에 부여되는 '모두애'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외지에서 유입된 청년들도 활동 중이며 귀농·귀촌 희망자에게는 빈집이나 농지 정보를 안내하며 정착을 돕고 있다. 독거노인을 위한 삼계탕 나눔 봉사, 지역 사회적기업과의 도시락 합작 사업 등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이어가고 있다.

냉장 밀키트를 냉동으로 전환하고 1인 가구와 맞벌이층을 겨냥한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일주일치 반찬을 꾸려 정기배송하는 방식으로 지역농산물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판매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의성 인구가 줄고 있으니 결국 외부 시장을 봐야 한다"며 "무엇을 팔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되고, 제품도 계속 다양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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