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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최악의 해킹, SKT가 선택해야 할 최선의 대책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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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05. 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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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먼저 가 있던 개인정보가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일종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다. 모 만화가의 작품에 나온 '반려동물'을 '개인정보'로 변형한 문장이다. SK텔레콤의 해킹 사태를 풍자한 것으로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온 나라가 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로 난리다. 과거에도 크고 작은 해킹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엔 결이 다르다. 통상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만 유출되도 중대한 사안인데, 이른바 '디지털 신분증'으로 불리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갔다. 여기에는 가입자 고유식별번호(IMSI)와 인증키 등이 포함돼 금융 사기 등 2차 피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당사자가 SK텔레콤이어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알뜰폰을 포함해 무려 2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1위 통신사다. 전체 통신가입자의 40% 이상이 SK텔레콤을 이용 중이라는 점에서 피해 규모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난달 사고 발생 이후 늦장 신고와 유심 교체 지연, 정보보호투자 홀대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통신 1위' 위상은 끝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과 유심 교체 물량 확대 등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SK텔레콤을 향한 눈길은 곱지 않다. 이번 사고의 귀책사유를 인정하면서도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해 달라는 데에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현재까지 수십 만명의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넘어갔지만, 대부분은 위약금 부담으로 섣불리 번호이동을 못하는 실정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수차례 지적한 내용이지만, SK텔레콤은 이용약관에 '회사의 귀책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명시해둔 상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위약금 면제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SK텔레콤 측의 우려대로 위약금 면제시 500만명의 가입자 이탈이 발생하면 회사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결국 '신뢰'다. 소비자들은 유심 해킹으로 인해 나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을 위험에 대한 SK텔레콤의 구체적인 대책과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정공법이 더 먹히지 않을까.

글로벌 통신사 티모바일은 2021년 7600만명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3억5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당장의 손실보다 미래를 위한 신뢰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SK텔레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답은 나와있는 것 같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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