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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트] 누구나 서킷에 설 수 있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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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5. 18. 10:01

현대 N 페스티벌이 바꾼 모터스포츠의 풍경
입문형 클래스부터 전기차 레이스까지 운전의 재미를 경험으로 확장
관람을 넘어 참여로, 팬과 브랜드가 함께 만드는 축제형 레이싱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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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레이스카들. 다양한 사양의 차량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자동차 경주는 오랫동안 '선수들만의 세계'라는 이미지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개최하는 현대 N 페스티벌은 이러한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 17일 2025 시즌 첫 라운드가 열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단순한 레이스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속도의 스릴뿐 아니라, 일상 속 운전자부터 전기차 기술자,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레이싱 문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페스티벌은 모터스포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경험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다.

이 대회의 문을 가장 넓게 연 프로그램은 N TT 클래스다. 이 클래스는 전문 레이서가 아닌 일반 운전자도 참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입문형 서킷 체험 경기로, 일정 기준의 차량과 기초적인 안전 교육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는 D급 모터스포츠 라이선스를 통해 누구나 서킷에 설 수 있다. 입문자에게도 열려 있는 이 구조는 '모터스포츠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참가자는 자신의 차량으로 실제 레이싱 트랙을 달리며 기록을 측정하고, 스스로의 주행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다. 순위 경쟁보다는 개인의 도전과 경험에 중심을 둔 구조로, 모터스포츠의 문턱을 대폭 낮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보다 미래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구성은 eN1 클래스다. 이 클래스는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전기차 IONIQ 5 N을 기반으로 한 타임 트라이얼 형식의 레이스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레이스와 달리, 이 클래스는 배터리 온도 관리, 회생 제동, 출력 제어 등 전기차 특유의 기술 과제를 서킷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단순히 속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레이스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차량 개발에 반영하는 기술 피드백 구조가 작동한다. 이는 전기차가 단지 친환경 수단을 넘어, 스포츠성과 기술력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현대차는 eN1 클래스에 참가한 차량에 전용 타이어, 냉각 시스템, 레이스 전용 서스펜션 등을 적용해 극한 조건에서의 내구성과 퍼포먼스를 시험하고 있다. 서킷은 이제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는 엔지니어링 실험실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전통적인 성능 중심의 경쟁을 넘어, '전기차 시대의 드라이빙 재미'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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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주행 중인 현대 N 페스티벌 N1 클래스 레이스. 차량 간 근소한 간격이 박진감을 더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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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진입을 앞둔 레이스카들이 빠르게 줄지어 진입하며, 경기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현대 N 페스티벌은 기술 실험의 장이자 동시에 브랜드 경험의 무대, 팬 문화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단순한 자동차 경기가 아닌,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고 교류하는 축제형 스포츠 이벤트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 중간에는 피트 워크와 그리드 워크가 마련돼 관람객이 직접 서킷 안으로 들어가 레이스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 과정에서 레이싱은 더 이상 '구경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문화로 전환된다.

현장에서는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는 팬, POV 드라이빙 영상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대차는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와 오프라인 현장을 연결하며,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정서적 유대와 커뮤니티 형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좋아하는 차량과 팀, 자주 찾는 서킷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팬덤은 이제 레이싱 문화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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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중인 어린이들이 그리드 워크 시간, 레이스카를 손으로 만지며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문화적 확장의 중심에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 관객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사장 곳곳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과 놀이 요소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단순히 부모를 따라온 관람객이 아니라, 아이들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동차와 레이스를 접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가족 중심 콘텐츠는 현대 N 페스티벌이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모터스포츠를 생활형 축제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현대 N 페스티벌은 '자동차 축제'라는 말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이곳은 운전의 즐거움과 기술의 진보, 브랜드의 철학과 사람 간의 교류가 모두 교차하는 현장이다. 누군가는 N TT로 첫 서킷을 밟고, 누군가는 IONIQ 5 N의 가상 사운드 시스템과 폭발적인 전기차 가속감에 매료되고, 또 다른 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트랙을 바라보며 차에 대한 첫 기억을 공유한다. 그 순간, 자동차는 단지 기계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이야기의 도구가 된다.

'누구나 레이서를 꿈꿀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막연한 희망이 아니다. 입문자와 전문가, 기술과 감성, 오프라인과 디지털이 모두 만나는 축제의 장.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늘 현대 N 페스티벌이 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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