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서 폐기… 인원 바꿔 재발의
법조계 "수백억 예산 필요, 쉽지 않아"
일각선 "재판 중지 위한 법원 압박용"
![]() |
/연합 |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똑같은 법안을 발의했다가 폐기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사법부 압박용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내용을 담아 잇따라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숫자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똑같은 내용으로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판사 출신 이탄희 전 의원이 2020년 8월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법안은 사법개혁 방향에 대한 여야 입장 차이가 컸던 데다가 대법원 역시 대법관 증원에 반대한 점 등에서 결국 폐기됐다. 대법관 증원에 매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2020년 당시 이 전 의원이 국회 제출한 비용추계서를 살펴보면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48명까지 늘리는 데 필요한 인건비 및 대법원 증축공사 비용 등으로 2021~2025년 총 527억4500만원, 한 해 약 105억5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 법안대로 대법관을 100명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이 아닌 수천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와 정부가 사법부 예산을 틀어쥐고 매년 찔끔 올려주면서 온갖 생색을 내는데, 수백억원이 드는 대법관 증원을 쉽게 해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성이 있었다면 (21대 국회 때) 벌써 통과됐을 것"이라며 "대법관 숫자만 늘린다면 현재 재판 지연 문제가 해소되지도 못한다. 대법관 증원과 함께 고법에서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를 만들거나, 상고법원 설치 등 구조적인 개혁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 시도는 사법개혁 자체보다는 이재명 대선후보 지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 및 4심제 도입 등과 함께 대법관 증원까지 서둘러 추진한 것은 이 후보의 당선 이후 재판을 정지시키기 위한 압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후보 당선 이후 선거법 유죄 판결을 무효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의 경우 헌법에 대법원장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30명만 늘려도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인데, 새 대통령 뜻에 따라 사법부가 좌지우지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준비 없이 일단 늘리고 보겠다는 식으로 추진해서는 여러 부작용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