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지수·레버리지 구조·합성 ETF 특징 등이 수익률 이끌어
"중단기로 소외됐던 반도체 업종 반등할 수 있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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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7거래일간 16.71% 상승해 전체 ETF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고율 관세 유예가 전격 합의된 이후 글로벌 증시, 특히 반도체 업종이 급등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무역협상에서 90일간 고율 관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최대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국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각각 낮아지는 방식이다. 관세 완화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합의 당일 7.04% 급등했고, 나스닥지수도 3% 넘게 반등했다.
국내 ETF 시장도 이러한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미국 반도체와 기술주 중심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 기간 ETF 수익률 상위 10개 중 5개가 관련 테마 ETF였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ETF를 필두로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가 14.88%,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는 14.42% 상승하며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이 밖에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와 'SOL미국양자컴퓨팅' ETF가 7·8위였다.
국내에 상장된 반도체 ETF는 총 43개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ETF는 세가지 특징 덕분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첫째는 기초지수의 구성이다. 이 ETF가 추종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보다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비중이 높다. 이번 미·중 합의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와 미국의 고율 관세 유예가 결정되면서 AI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비메모리 중심의 지수가 더 크게 올랐다.
둘째는 2배 레버리지 구조다. 국내 ETF 중 반도체를 테마로 한 ETF는 40여 개가 넘지만, 2배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ETF는 이 상품을 포함해 3개뿐이다. 같은 기간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9.87%), 'KODEX 반도체레버리지'(6.13%)도 좋은 성과를 냈지만, 필라델피아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8.65%)은 국내 반도체 ETF 중 수익률 10위로 레버리지 구조가 없어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셋째는 합성 ETF 특유의 구조다. 이 ETF는 실물 주식을 직접 사지 않고 금융회사와의 스왑 계약으로 지수 수익률을 복제한다. 실제 종목 매매 없이 수익률만 추종하는 방식이라 급등장에서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최근과 같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ETF 내 개별 종목 중에서는 엔비디아의 상승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엔비디아는 이 기간 121.97달러에서 136.35달러로 11.79% 상승했으며, 이 ETF의 가장 높은 편입 비중(12%대)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브로드컴은 같은 기간 5% 상승에 그쳤다.
증권업계는 이번 미·중 관세 합의가 반도체 업종 반등의 신호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정책 리스크 완화, AI 수요 재가속화,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이 동시에 맞물리는 시기"라며 "중단기로 소외됐던 반도체 업종이 다시 시장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