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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엔총회 차원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서 탈북민 “침묵은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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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5. 21. 07:47

'11살의 유서' 저자 탈북 인권운동가 "외면하지 말라. 침묵은 공모"
목선 탈북민 "한국 드라마 배포 19살 친구 2명, 처형"
유엔 인권 사무차장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등 북 인권 침해 책임 선택지 고려해야"
탈북민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침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주유엔 한국대표부 제공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주민 인권침해 상황을 다루는 회의가 처음으로 유엔총회 차원에서 20일(현지시간) 열렸다.

유엔총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 주최로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전체 회의를 개최했다.

유엔총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개최된 이날 회의에서 국제인권단체와 탈북자들이 발언자로 나서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을 유엔 회원국들 앞에서 낱낱이 증언했다.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 - 4
탈북민 강규리 씨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침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주유엔 한국대표부 제공
◇ '11살의 유서' 저자 탈북 인권운동가 "외면하지 말라. 침묵은 공모"
목선 탈북민 "한국 드라마 배포 19살 친구 2명, 처형"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는 11살 때 굶주림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를 당해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전했다.

김씨는 "오늘날에도 젊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과 다른 곳에서 무고한 생명을 잃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침묵은 공모"라며 유엔주재 외교관들과 관계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또 다른 탈북민 강규리 씨는 2023년 10일 어머니·이모와 함께 10m 길이의 목선을 타고 탈북한 경험을 증언했다.

강씨는 "5살 때 할머니가 토속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평양에서 시골로 추방됐다"며 "내 친구 중 세 명이 처형됐었는데, 그중 두 명은 단지 한국 드라마를 배포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중 한 명은 겨우 19살이었다"고 증언했다.

스칼라튜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대표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침해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유엔 동영상 캡처
◇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북한, 러·중동에 불안정·폭력 수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북, 군사화 우선 정책으로 인권침해 악화"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동유럽을 포함한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지역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며 "북한은 중동과 유럽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근본 원인은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침해에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북한의 인권 상황이 훨씬 악화했다며 "북한 주민들은 5년 넘게 절대적 고립 상태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체 인구의 45%에 해당하는 118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이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적절한 위생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유엔의 자료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을 거부해 왔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이 사회적 서비스 대신 군사화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인권침해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유엔은 전했다.

그녀는 "북한이 극단적인 군사화 정책을 확대하면서 강제 노동과 할당제에 대한 광범위한 의존이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평화·안보·인권이 어떻게 밀접하게 상호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 - 2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침해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주유엔 한국대표부 제공
◇ '한보이스' 대표 "북 인권침해 조사 유엔총회 전문가 기구 설립해야"
유엔 인권 사무차장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등 북 인권 침해 책임 선택지 고려해야"

116개국 300여개의 북한인권 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한보이스'의 션 정 대표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북한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라며 북한의 인권침해와 국제 평화 및 안보 위협 문제를 조사하는 유엔총회 차원의 독립적인 전문가 기구 설립을 회원국에 촉구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4월 30일 활동이 중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를 대체하는 유엔 총회 차원의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제 브랜즈 케리스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은 국제사회가 수십년 동안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조처를 해왔지만, 현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위반의 심각성과 규모, 그리고 북한이 책임을 추궁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포함한 국제적 책임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스 사무차장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북한인권 침해에 관한 정보 저장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800건 이상의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 및 증거자료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OHCHR은 오는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김은주 씨와 강귀리 씨 같은 용감한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증언은 그들이 피해 온 잔혹성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북핵과 인권 상황은 상호 간 깊이 연결돼 있고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당사국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김 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날 회의 내용이 숨은 세력에 의한 책략과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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