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판결 권위·일관성 무너질 수도
李 "제 입장 아냐"…선 긋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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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지난 23일 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법률개정안은 대법관 임용 자격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수 엘리트 고위 법관 위주로 구성된 대법원의 구성원을 다양화한다는 목표로, 대법관 임용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대법원 업무 부담 가중과 재판 지연 문제가 있다. 현재 대법관이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한 반면 최근 5년간 평균 대법원 본안 접수 건수는 매년 4만4000건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 및 사법 불신 증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대법관 증원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법조 경력이 없는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법률심인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통일된 법 해석과 법적 기준 설정은 장기간의 실무 경험과 전문적인 법률 훈련을 전제로 한다"며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치열하게 논증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인사가 존재한다면, 대법원 판결의 권위와 일관성이 무너져 사법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에 논란이 이어지자 이 후보는 직접 실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후보는 전날 유권자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입장이나 저의 입장이 전혀 아니다.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며 "신중하게 논의를 거쳐서 하면 좋겠는데, 당내에도 자중하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민주당이 악화된 여론 무마를 위해 법안 처리를 현시점에 강행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향후 법안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 진통이 예상된다. 김소정 변호사는 "법안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저항이 상당히 크기에 민주당 입장에서도 강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비법조인 대법관들이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기준을 삼는다면 여론에 따른 인민재판식 판결이 남용돼 법치주의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