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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축구가 참 어렵다”…서울, 김천 원정서 뽑아낸 값진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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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5. 29. 08:14

루카스의 왼발 결승골, VAR 취소 골까지…천당과 지옥 오간 90분
서울 6경기 무패, 김천은 홈 2연패…경기 후 양팀 충돌로 마무리된 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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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전 종료 직후, FC서울 린가드가 원정 팬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그는 팀의 공격을 이끌며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8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2025시즌 16라운드. 서울과 김천,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승부의 균형은 90분 내내 팽팽했고, 무게추는 후반 35분 브라질 공격수 루카스의 왼발에서 기울었다. FC서울은 이날 단 한 번의 골로 김천상무를 1-0으로 제압하며 무패 행진을 6경기로 늘렸다. 반면 김천은 울산전 역전패에 이어 또 한 번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서울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루카스를 필두로 린가드, 문선민, 정한민 등 공격 자원이 빠르게 공간을 침투하며 김천 수비를 흔들었다. 루카스는 전반 10분, 김진수의 스로인을 틈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김동헌 골키퍼에게 막혔다. 이어 야잔과 린가드도 잇따라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김천도 가만있지 않았다. 전반 30분 최예훈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모재현이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고, 전반 36분 이동경이 문전에서 슈팅했지만 수비 맞고 굴절됐다. 전반은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끝났다.

후반 들어 양 팀은 동시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은 정한민 대신 둑스를 투입했고, 김천은 최예훈을 대신해 조현택을 넣으며 측면에 변화를 줬다. 후반 15분, 둑스는 린가드의 정교한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지만 김동헌의 동물적 반사신경에 막혔다.

팽팽한 흐름 속, 경기의 운명을 바꾼 인물은 역시 루카스였다. 후반 35분, 단독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각이 거의 없는 왼쪽 측면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김천의 골망을 갈랐다. 단순한 득점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고전하던 팀의 흐름을 끊고, 경기장을 침묵시킨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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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전 후반 35분,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FC서울 루카스가 포효하고 있다. 수비수 2명을 제치고 터뜨린 이 골은 서울의 6경기 무패 행진을 이끈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이후 김천의 거센 공세에 시달렸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서민우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 판독 끝에 박찬용의 푸싱 파울이 선행됐다는 이유로 득점은 취소됐다. 긴장감은 종료 휘슬 이후에도 이어졌다. 볼 경합 과정에서 김봉수와 최준이 충돌했고, 벤치에서 코칭스태프와 감독까지 개입하며 양 팀은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양팀 벤치에서 고성이 오갔지만, 주심과 관계자들의 중재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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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과 서울 선수들이 경기 종료 직전 벌어진 거친 몸싸움 상황 속에서 서로를 밀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 팀 벤치와 감독진까지 개입하며 일시적 혼란이 벌어졌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전체적으로 몸이 무겁고 경기력이 저조했다"며 솔직한 평가를 내놓았다. "오늘은 경기력이 나빴지만 승점 3점을 얻었다. 축구가 참 어렵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후반 막판까지 루카스의 교체를 고민했지만 끝까지 믿은 결정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VAR 판독으로 무효가 된 실점 장면에 대해선 "정승원이 넘어졌는데, 분명히 뒤에서 푸싱을 했다"며 강하게 항의했음을 인정했다. "내가 항의를 자주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상황은 정말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벤치 충돌에 대해서는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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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FC서울 김기동 감독이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경기력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전하고 있다. 그는 루카스의 결승골을 언급하며 팀의 집중력을 치켜세웠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반면 정정용 김천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다"며 "경기력은 좋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총평했다. 종료 직후의 충돌에 대해선 "스포츠맨십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선수들에게 품격 있는 태도를 당부했다. 그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전역한 일부 선수들에게 "소속팀에서도 잘 해주길 바란다.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따뜻한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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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상무 정정용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VAR로 취소된 득점과 종료 직전의 충돌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팀의 정신력과 스포츠맨십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이 승리로 서울은 승점 22점(5승 7무 4패)으로 7위에 올라섰다. 최근 리그 5경기 무패(2승 3무), 코리아컵 포함 공식전 6경기 무패라는 상승세를 유지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김천은 승점 24점(7승 3무 6패)으로 5위에 머물렀지만, 울산전 역전패에 이어 또 한 번 아쉬운 결과를 안으며 분위기 반전이 시급해졌다.

서울은 오는 31일 제주와의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간다. 김기동 감독은 "잃어버린 승점을 반드시 되찾겠다"며 연승을 예고했다. 루카스를 중심으로 팀이 반등의 흐름을 탔다. '서울의 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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