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보다 중요한 건 민생 회복
|
제 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자치회관 앞. 택시 기사 김모씨(57)는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이른 아침 운행을 마친 뒤 서둘러 투표서를 찾았다는 김씨는 "기름값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나라 걱정은 늘 제 몫"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신호등은 그대로고, 교통체증도 그대로다. 이번엔 그 뻔한 말이 아닌 진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무너진 일상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과 정치에 대한 염증, 수없는 변화에 줄지어 선 시민들 대부분은 묵묵히 기다리며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37)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두 배로 올랐다. 집 사는 건 꿈도 못 꾼다"며 "진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나오겠지 하는 마지막 희망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투표 오픈런'에 맞춰 나온 유권자들은 대부분 자영업을 하는 노인, 약속 나가기 전에 빨리 투표소를 찾은 청년 등 다양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해야겠다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50대 여성 간병인 최모씨는 "대통령이 꼭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그냥 우리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우리 사는 데 필요한 것부터 챙겨주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선거 때만 반짝 찾아오지 말고요. 이번엔 정말 '서민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했다.
|
반려견과 아침 산책하는 길에 투표소를 들렀다는 김모씨(32)는 "이번 대선 후보들 전반적으로 아쉬워 고민"이라며 "그래도 대선 이후 정상화가 됐으며 좋겠고, 특히 청년층으로서 새정부가 집값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부부가 나란히 투표소를 나섰다는 40대 맞벌이 부부 조모씨(42)·김모씨(41)는 이번 대선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씨는 "예전보다 정책 이야기가 너무 적었다. 서로 흠집 내기에만 몰두한 느낌이랄까. 어떤 후보가 뭘 하겠다는 건지보다 누가 과거에 더 문제였는지만 따지는 선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너무 어렵다. 가계도 힘들고 기업도 움츠러들고 있다"며 "결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먹고사는 문제에서 시작된다. 새 정부가 경제를 회복하고, 방향성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이 이날 오전 9시 기준 9.2%로 잠정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409만3625명이 투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