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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AI와 사람이 함께한다···안산에서 만난 외국인 전용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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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안 인턴 기자

승인 : 2025. 06. 08. 18:00

IBK기업은행 안산외국인금융센터서 서비스 이용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 배치 통해 38개 언어 지원
일요일 오픈·외국인 마케터 상시 배치…편의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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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기업은행 안산외국인금융센터 은행 창구에서 한 외국인 고객이 AI 통번역 기기를 사용해 금융 업무를 보고 있다. /이서안 인턴 기자
아시아투데이 이서안 인턴 기자 = "이곳을 찾은 이후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라이베리아 출신 A씨(20,여)는 IBK기업은행 안산외국인금융센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한국어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우리말로 금융 업무를 볼 자신이 없어, 이전에는 국내 은행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금융센터가 있다는 소식에 이곳을 찾아 처음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했다. A씨는 지인에게도 이 은행 지점을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죠. 저도 친구들에게 추천받아서 온 거예요"라고 흔쾌히 답했다.

8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안산외국인금융센터는 A씨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 고객층을 이루고 있다. 안산은 국내 최대 외국인 거주 도시로, 총 인구 중 14% 이상이 외국인 거주자다. 센터는 2008년 개점 이후 외국인 고객의 방문이 점차 증가하자, 지난 4월 27일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점을 확장했다.

IBK기업은행 안산외국인금융센터에서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38개국 언어를 실시간 통·번역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6개의 창구 중 총 5대 배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i-ONE 뱅크 글로벌 애플리케이션(국내 거주 외국인 전용 뱅킹 앱) 설치와 전반적인 은행 업무에 도움을 주는 외국인 마케터(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태국·키르기스스탄)가 상시 배치됐다. 특히 일요일에도 지점을 운영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효율적으로 금융 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창구로 이동해 자리에 앉자, 눈앞에 배치된 큰 스크린과 태블릿 한 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38개의 언어 선택지 화면 중 '영어'를 누르자, 스마트폰 채팅 앱과 흡사한 화면이 나타났다. 마이크에 대고 송금 요청을 하자 1초 만에 '제 나라로 송금하고 싶습니다'라고 통번역됐다. 직역에 가까운 문장이었으나 '고객 신원 확인 (KCY)'과 같이 은행 전문 용어와 일상 언어가 섞인 문장은 효과적으로 번역돼, 직원과 원활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AI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 고객도 있었다. 9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B씨(60, 남)는 AI 시스템 대신 러시아 출신 마케터의 도움을 받았다. 외국인 마케터는 고령 외국인 고객층을 고려한 기업은행의 맞춤형 서비스다. B씨는 AI 기계를 사용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외국인 마케터가 도와줘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산외국인금융센터에서는 외국인 고객 응대 강화를 위해 캄보디아·네팔 출신 외국인 마케터 2명을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외국인 특화 점포뿐만 아니라, 외국인 내점률이 높은 일반 점포에서도 외국어에 능숙한 내국인 직원을 채용해 고객 응대에 나서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기반으로 AI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의 일반 지점 배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장신근 안산외국인금융센터장은 "향후 더 많은 언어를 AI 통·번역 시스템에 탑재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개선과 맞춤형 서비스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안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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