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확산 속 금융소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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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전체 점포 수는 679곳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 말(958곳) 대비 약 30% 감소했다. 특히 KB·미래에셋·신한·한국투자·NH 등 상위 5개 대형사의 지점 수는 같은 기간 459곳에서 293곳으로 36.2% 줄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111곳에서 61곳으로 줄이며 가장 큰 폭의 감축을 단행했고,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도 각각 34곳씩 점포를 줄였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26곳, 22곳의 점포를 폐쇄했다.
반면 WM 부문은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WM 자산(펀드·일임·신탁 기준)은 2022년 3월 2775조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3316조원으로 541조원(19.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소형 점포를 정리하고 강남·여의도 등 고액 고객이 밀집한 지역에 WM센터를 확대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영업망 축소는 디지털 채널 확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NH투자증권의 디지털 고객 수는 2020년 약 138만명에서 2024년 523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미래에셋증권의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도 2022년 89만건에서 2024년 167만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디지털 전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낮은 고령층이나 지방 거주자 등은 변화된 영업망 구조에서 점차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 중심의 영업망 재편에 치중하는 것은 '리테일 강화'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디지털화를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해도, 수익성 중심의 WM 강화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일반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 위주로 영업망을 재편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이나 지방 거주자들은 오프라인 접점이 줄수록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은행 점포가 부족한 지역에서 우체국이 대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던 사례처럼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정책형 금융상의 접근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단순히 증권사에 공공성만 요구하기 보다는 기존 자원을 활용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