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판단 두고 불붙은 논쟁…"협의 필요” 법적 경찰 재량…처분 기준 혼선 우려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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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예비군 동원훈련 불참자에 대한 처분 방식을 놓고 경찰과 병무청 간 의견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병무청은 경미한 벌금형으로 끝나는 즉결심판 청구를 지양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형사사법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3일 경찰 내부망에 따르면 최근 병무청은 전국 경찰관서에 '예비군훈련(병력동원훈련소집) 불참자에 대해 즉결심판이 아닌 정식 재판으로 넘겨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수사 기관이 경미한 벌금으로 끝나는 즉결심판 청구를 지양하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을 보면 "즉결심판으로 처리할 경우 대개 5만~10만원의 경미한 벌금형이 내려지고 있지만 수사 기관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정식 재판이 열리면 통상 50만~70만원 수준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법 위반임에도 처분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즉결심판은 무단기피자에 대한 병역 의식을 저하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무단기피 고발자는 병역법상 정식 처벌이 가능하도록 즉결심판 청구를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병무청은 경찰청과 사전 협의를 거쳐 지난 5월 이같은 공문을 발송했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병무청의 요청이 경찰의 수사 재량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문을 공개한 경찰은 "우리도 송치하면 편하다.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에 회부할 필요도 없고, 사건 처리가 빨라진다"면서 "병무청도 경미한 사범은 굳이 고발하지 말고, 송치할 만한 사건만 넘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병역법 제89조는 병력동원 훈련소집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인 불참은 '무단기피'로 간주돼 형사고발 대상이 되지만, 1회성의 경미한 불참의 경우 과태료 또는 즉결심판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예비군 훈련 불참 사례도 고의성이나 반복성이 약한 경우 경찰 판단에 따라 즉결심판으로 회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즉결심판 제도는 경미범죄를 신속히 처리하고 법원·검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수사기관이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즉결심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경찰의 재량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과 관련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병무청 입장은 훈련 참여율과 병역 의식을 높이기 위한 실효적 처벌에 방점이 있고, 경찰은 절차적 신속성과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이라며 "양측 모두 실무 논리는 있으나 국민 입장에서는 처분의 일관성과 제도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관 간 권한 충돌보다는 제도적 조율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