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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만발하는 도시… 시민이 즐거운 ‘FUN한 서울’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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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03. 18:03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
K컬처 뿌리는 결국 '기초예술' 분야
정부, 본질에 초점 맞춰 육성해야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잘 만들어진 축제는 도시의 얼굴을 바꾼다"며 "서울어텀페스타를 통해 서울에 공연 보러 가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일 기자 rnopark99@
'창작이 만발하는 FUN한 서울'을 꿈꾸는 송형종(59)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1월 취임 이후 야심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젊은 시절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연극계 현실에 맞서던 그 열정이 이제는 서울 전체 문화예술 생태계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4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서 공연예술·전시 관람이 65.2%로 영화관 관람 47.9%를 앞선 결과가 나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만난 송 대표는 이에 대해 "굉장히 의미 있다"며 "관객이 다양화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학생 공연 관람 지원 사업 '공연봄날'과 청년 문화이용권 지원 사업 '서울청년문화패스'의 영향이 컸다"며 "문화예술 복지와 동시에 문화현장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이런 변화를 문화 생태계의 질적 전환으로 분석했다.

새 정부가 'K컬처 300조 원 규모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송 대표는 한류의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컬처의 원류는 기초예술 분야"라며 "기초예술이 탄탄해져야 응용예술이 탄탄해질 수 있고, 그것이 뿌리"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예산이 2% 늘어난다면 기초예술은 1조 시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단 차원에서도 미래 예술가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송 대표는 "내년부터는 대학생들까지 손 내밀어주고, 브릿지페스티벌을 통해 졸업생들이 현장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축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야심차게 준비하는 사업은 '서울어텀페스타'다. 송 대표는 "재단이 지원하는 현금성 예산 중 47%가 가을에 공연된다"며 "어텀페스타는 그 공연들을 묶어내고 브랜드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예술가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홍보와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송 대표는 "'서울어텀페스타'는 10~11월 40일간 서울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처럼 서울에 공연 보러 가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 만들어진 축제는 도시의 얼굴을 바꾼다"는 자신의 신념을 소개했다.

송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연극계 투사'라고 부른다. 젊은 시절 예술가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 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송 대표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예술가들과 행정가들이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마음을 이해했으면 좋겠단다. "서로 그렇게 소통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재단이 준비한 특별 기획도 있다. 8월 노들섬에서 열리는 태극기 중심의 문화예술 행사다.

송 대표는 "태극기가 진영 논리에 오염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태극기의 가치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들섬에서 8월 9일부터 17일까지 태극기 전시와 함께 여성 독립운동가 80명의 초상화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카자흐스탄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과의 협업 뮤지컬 '열차 37호'다. 93년 역사를 가진 고려극장과 함께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이주사를 다룬 대서사시를 무대화한다.

송 대표가 그리는 서울의 미래상은 명확하다. "서울이 글로벌 문화예술도시 톱5로 가는 데 있어서 기초예술 생태계 구축을 완성하고 싶다"며 "창작이 만발하는 예술가 도시가 되면, 시민이 좋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FUN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앙정부와의 역할 분담도 제시했다. "중앙정부가 K컬처, 한류 콘텐츠 육성에 집중한다면, 서울은 더욱 '순수예술'에 포커스를 맞춰 기초예술 활성화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재단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예술가들에게 촘촘한 창작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묵묵히 받쳐주는 것"이라며 "기차의 레일 같은 역할"이라고 비유했다.


송형종 대표는...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25년간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다. 2000년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으로 시작해 2007~2019년 한국영상대학교 연기과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며 서울연극협회 회장(2016~2019)을 맡아 연극계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뮤지컬 위원(2017~2019),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사(2020~2022),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2022~2023)을 거치며 문화예술 정책과 단체 운영 경험을 쌓았다. 2023~2024년 서울시청 문화수석으로 서울시 문화정책을 총괄했다. 올해 1월 서울문화재단 제9대 대표로 취임해 서울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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